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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영광의 노무현, 치욕의 박근혜'…엇갈린 운명의 날

    사회 | 05-24 09:17


    盧추도식에 文대통령·여권 총집결…9년만의 정권교체 '신고식'
    朴, 뇌물혐의 첫 재판…수갑찬 채 호송차 내려

    (서울) 류지복 기자 = '9년만의 정권교체로 희열에 찬 김해 봉하마을', '재판정에 피고인으로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전 대통령'.

    '5·9 장미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꼭 2주만인 23일, 노무현·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운명이 엇갈렸다.

    같은 날, 얄궂은 운명
    같은 날, 얄궂은 운명(서울 김해 사진공동취재단) 23일 전·현직 대통령의 모습이 '얄궂은 운명'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며 입장하고 있고,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을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17.5.23
    photo@yna.co.kr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열린 김해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 신분으로 추도식장을 찾기로 하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데 이어 뇌물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린 뒤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피고인 신세로 전락했다. 부은 눈가와 초췌한 얼굴빛의 박 전 대통령 왼쪽 옷깃에는 '503'이라는 수용자 번호가 적힌 둥근 배지가 달려있었다.

    이날은 노 전 대통령에게는 하늘에서나마 서거 8년만에 정권교체의 기쁨을 맛본 환희의 날이 된 반면, 박 전 대통령에게는 치욕으로 기록된 날이 됐다.

    두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의 표정도 확연히 엇갈렸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사진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사진(김해) 김동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7.5.23
    image@yna.co.kr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문 대통령을 정점으로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김해 봉하마을의 8주기 추도식장에 대거 집결했다.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스스로 '폐족(廢族)'임을 선언한 친노(친노무현)를 포함해 민주당의 화려한 부활을 확인하는 장이자 9년 만의 정권 탈환에 성공한 문 대통령의 '당선신고식' 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제가 대선 때 했던 약속,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당신께서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며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반면 한국당의 표정은 침통함 그 자체다. '1호 당원'인 박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첫 대통령직 파면으로 불명예 퇴진한 데다 뒤이은 대선에서도 역대 최대 표차로 패배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욱이 7월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질적 병폐인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싸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당내 권력투쟁에 빠져드는 양상마저 보인다.

    한국당은 봉하마을 추도식에 당 대표 대신 박맹우 사무총장을 보냈고, 김성원 대변인 명의로 "분노의 정치가 아닌 통합과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내는데 그쳤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 대해서도 다른 당과 달리 공식 논평 없이 침묵했고, 친박계 의원들도 법원이나 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배성례 전 홍보수석, 허원제 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이 재판을 참관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박근혜-최순실
    피고인석에 앉은 박근혜-최순실(서울 사진공동취재단) 김주성 기자 =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나란히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17.5.23
    utzza@yna.co.kr


    문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역점정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정책감사를 지시한 이후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새삼 정치권의 논쟁에 휘말리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성급한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가 주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감정의 앙금 탓에 새 정부가 '정치 감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받던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오늘은 대통령의 날? 문재인 대통령은 친구 노무현 대통령을 감격 방문. 노무현 대통령은 영광의 8주기. 박근혜 대통령은 치욕의 법정에 선다"며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음미한다"고 촌평했다.

    MB, "시빗거리 만들지 말라"
    MB, "시빗거리 만들지 말라"(서울) 임헌정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4대강 사업 정책감사 등을 지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정부는 감사와 재판, 평가가 끝난 전전(前前) 정부의 정책사업을 또다시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밝혔다. 2017.5.22
    kane@yna.co.kr


    jbryo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5/23 20: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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