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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화] 세월호의 아픔, 소설로 나누고 치유하는 방법

    | 04-04 17:12

    김탁환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탁환 [돌베개 제공]

    김탁환 [돌베개 제공]

    (서울) 김계연 기자 = 2014년 여름. 홍식은 항공사 직원에게 여권 두 개를 내민다. 공항에 오지 않은 아들 정후의 탑승권은 본인 확인을 거쳐야 발권할 수 있다는 말에 갑자기 화를 낸다. 홍식은 여름방학에 맞춰 아들과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려고 이미 반년 전 항공권을 예약했었다.

    정후의 여권에 출국도장을 찍으면 아들은 세월호 참사로 떠난 게 아니라 지구를 누비며 여행 중인 것이 된다. 출입국심사 직원 동민은 회사에 경위서를 써가면서 홍식의 소원을 들어준다. 동민도 프랑스 여행 도중 교통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낸 아픔이 있었다.

    "바람의 삶은 과연 멋진가? 아름다워? 정말 그렇다면, 돌아오지 마. 오지 않는 시간만큼 당신은 더 멋지고 아름다워지는 중일 테니까." 작가 김탁환(49)의 단편소설 '돌아오지만 않는다면 여행은 멋진 것일까'에서 동민은 세월호 유족에게서 오히려 아내를 잃은 자신의 상처를 위로받는다.

    작가가 최근 펴낸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돌베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서로를 보듬는 사람들을 그린다. 작가는 세월호 희생자나 유족이 아닌 관찰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슬픔과 고통을 잊지 않고 사회가 나눠 안는 방식을 보여준다.

    '할'에서 잠수사 최진태는 세월호 수색작업으로 얻은 수면장애와 골괴사에 시달리다 자살을 결심하지만 다른 이를 구하고자 마음을 고쳐먹는다. '제주도에서 온 편지'는 참사로부터 11년이 흐른 2025년 현진이 옛 담임 선생님에게 쓰는 편지 형식이다. 사고로 잃은 담임선생님과 친구 민아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온 현진은 참사 당시 선생님 나이와 똑같은 스물아홉에 단원고 2학년 담임이 된다.


    작가는 최근 3년간 소설로써 세월호를 끊임없이 되새겨왔다. 참사 이듬해인 2015년 조선시대 조세용 쌀을 실은 조운선이 침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인 장편 '목격자들'로 세월호를 상기시켰다. 작년 여름에는 수색·수습작업에 참여했던 고(故) 김관홍 잠수사를 모델로 한 르포르타주 형식의 소설 '거짓말이다'를 냈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은 본격 '세월호 문학'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거짓말이다' 이후 민간 잠수사들을 다시 만나면서 느낀 두 가지 부끄러움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그들의 '고통'을 더 철저히 옮기지 못하고, 그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충분히 담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고 했다. 소설집에 실린 단편 8편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했다.

    작가는 "광주민중항쟁 소설들이 지금까지 나오지 않느냐. 세월호 참사도 수십 년 동안 계속 작품들이 나올 것이고 나는 그 앞 부분에서 작업하는 것"이라며 "소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생각하는 통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김명인은 참사 이후 작가의 활동을 "자기 헌신으로의 비약적 전환"이라고 평하며 "그날 이후 많은 작가들이 고뇌하고 비통해했겠지만, 그들 중 누구도 그만큼 행동하고 그만큼 쓰지는 못했다"고 했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소설들의 인세를 4·16가족협의회 등에 기부하고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고 김관홍 잠수사의 유족을 후원하고 있다. 352쪽. 1만3천원.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04 15: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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