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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오바마-로하니 `과감한 결단'…이란핵 폐기까진 먼길>

    | 04-03 03:45

    <오바마-로하니 `과감한 결단'…이란핵 폐기까진 먼길>
    미국 '비확산' 걸림돌 제거…36년만 이란과 관계정상화 전망
    이란 '만성적 경제난' 극복 발판 마련…중동정세 요동칠 듯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마감시한을 이틀이나 넘기며 극심한 산고를 겪었던 이란과 세계 주요 6개국(P+1) 간의 핵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2003년 이란의 핵개발 의혹이 물 위에 오른 이후 12년간의 우여곡절을 거쳐 나온 '역사적' 결실이다. 국제 비확산 체제를 흔들고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해온 이란 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세계 정치질서와 경제 전반에 여러 가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엄밀하게 보면 이번 협상 타결은 '절반의 합의'에 불과하다. 앞으로 석 달간 보완적 협상을 거치며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혀야 최종 합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대세를 되돌리기 어려운 하나의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실질적인 협상 주체였던 미국과 이란의 현 지도부가 국내 강경파들의 정치적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어떻게든 결실을 얻어내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다.
    무엇보다도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에 이어 이란 핵문제 해결을 집권2기 최대 업적으로 삼으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국제 비확산 체제 유지라는 차원을 넘어 1979년 이후 국교가 단절된 이란과 36년 만에 국교 정상화로 이어지는 중대한 전기가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이 31일(현지시간) 마감시한을 넘기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긴급소집해 적극적 협상 의지를 내보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한, 이번 협상타결은 미국에는 자력으로만은 감당하기 어려운 중동 전략을 새롭게 짜는 의미가 있다.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반군인 '이슬람 국가'(IS)를 제어하려면 지역 맹주이자 시아파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란을 '우군화' 하는 게 긴요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란의 하산 로하니 정권으로서는 지상과제로 떠오른 만성적 경제난 극복을 위해 이번 협상 타결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핵 프로그램의 핵심부분을 제한하더라도 서방의 고강도 제재에 따른 국제적 고립 국면을 탈출하는 게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란으로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일정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받은 점도 나름대로 협상의 성과로도 볼 수 있다. 국내적으로 '핵주권'을 지키고 추후 핵개발의 길을 열어놓았다는 자평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번 협상 타결이 최종 합의까지 순조롭게 이어질 경우 국제 정치질서와 경제 전반에 변화를 몰고올 보인다.
    우선 이란 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국제 비확산 체제를 위협하는 중대한 걸림돌의 하나가 치워졌다는 뜻을 지닌다. 중동 전체를 새로운 '핵 화약고'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이란의 핵개발 '야욕'을 일단 꺾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주도의 비확산 체제에 유일한 '국외자'로 남은 북한의 핵문제로 관심을 돌릴 수 있는 국제적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당장은 여의치 않지만,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보자는 국제적 여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 핵협상과 북한 핵협상의 공통분모로 참여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접근을 꾀할 경우 6자회담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국제경제적 측면에서는 이란산 원유가 다시 국제시장에 공급되면서 최근의 저유가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란이 적극적으로 경제개발에 나서고 막혔던 금융제재가 풀릴 경우 한국을 포함한 외국기업들과 금융자본에게는 새로운 시장 진출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해서 중동 정세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굴러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협상을 '나쁜 협상'이라며 극력 반대해온 이스라엘이나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란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독자적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예멘 등의 분쟁지역에서 이란과 사우디가 후원하는 세력 간에 무력충돌이 빚어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특히 핵을 보유하지 못한 사우디와 이집트가 이번 협상 타결을 자국의 핵개발 프로그램 개시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삼을 경우 자칫 걷잡을 수 있는 역내 핵개발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
    미국 국내로는 극심한 정치적 대치가 초래될 소지가 적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을 피하고자 행정결정 사항인 '합의'(agreed framework)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무력화하기 위한 '발목 잡기'를 시도할 개연성이 크다. 특히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란 제재법안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이번 협상 타결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합의 자체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보완 협상을 거쳐 최종 합의안을 만드는 과정도 만만치 않지만, '완결판'이 나와도 앞으로 이행 상황을 감시·검증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진다고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번 협상 타결에 반대해온 공화당이 정권을 잡을 때 합의가 계속 유효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번 합의와 비슷한 형태의 1994년 '제네바 합의'가 8년 가까이 이행되다가 2002년 무산된 과정은 ▲검증의 어려움과 ▲정권교체에 따른 합의 백지화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줬다.
    이란 핵협상이 양국의 정치적 의지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기는 했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r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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