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가족보다도 가깝게 지낸 최순실 씨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면서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현 정부 초기부터 청와대를 드나들고 연설문을 미리 받아봤던 최 씨는 그가 설립을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정농단의 장본인으로 지목됐고,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사회를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두 번째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했고, 최 씨의 비리에 연루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영어의 몸이 됐다.
경제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며 화려하게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야심차게 출시한 갤럭시노트7의 발화와 단종으로 곤욕을 치렀고, 정유라 씨에게 승마훈련비 등을 지원한 혐의로 8년 만에 다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소설가 한강은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수상했고, 이우환 화백과 홍상수 감독은 위작 논란과 불륜설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리우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은 결승전에서 '할 수 있다'라고 되뇌면서 스스로 투지를 끌어올리고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 = 2016년 12월 9일 국회의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로 헌정 사상 두 번째로 국회의 탄핵을 받은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집권 4년 차에 터진 '최순실 게이트'는 박 대통령을 역대 대통령이 통상적으로 겪는 레임덕 수준을 넘어 국민으로부터 즉각 하야 요구를 받는 초유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풍문으로 나돌던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가 드러나고 국정농단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오면서 궁지로 몰렸다.
박 대통령은 그간 3차례 담화를 통해 "1998년 정치 시작부터 오늘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호소했으나 분노한 촛불 민심은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쳤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모든 권한을 상실한 박 대통령의 마지막 재기 기회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유일하다.
최순실 씨
▲ 최순실 = 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군림한 최 씨는 올해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꼽힌다. '사이비 종교'로 의심받는 영세교 교주 최태민 씨의 딸로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을 쌓은 '40년 지기'다. 박 대통령의 대소사를 챙기며 사실상 가족처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4년간 베일에 싸여있던 최 씨는 올해 8∼9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거액의 대기업 출연금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국을 뒤흔든 '태풍의 눈'이 됐다.
딸 정유라 씨와 해외에 머물던 그는 10월 30일 오전 전격 귀국했고 이튿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최 씨는 조사 과정에서 긴급체포된 뒤 11월 3일 결국 구속됐다.
최 씨는 대기업을 상대로 재단 출연금을 강요하는 데 관여한 것은 물론 개인 사업체를 통해 각종 이권을 챙긴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규정을 어긴 채 10여 차례 청와대를 무단출입하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으로부터 47건의 대외비 문서를 넘겨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비선 실세' 의혹이 단순한 의혹에 그친 게 아니라 실체로 확인된 셈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청와대 '왕수석'에서 영어의 몸으로 급전직하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안 전 수석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고, 같은 해 18대 대선에서 기초연금 도입을 비롯한 공약 부문을 총괄했다.
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2014년 6월 청와대로 옮겨 2년 가까이 경제수석을 맡아오다 올해 5월 선임수석에 해당하는 정책조정수석으로 '승진'했다.
국정 방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책임감이 강한 성격으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으나, 경제수석 시절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강제모금' 의혹이 8월부터 언론에 불거지면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정책조정수석에서 사임한 지 사흘 만인 11월 2일 긴급체포된 안 전 수석은 대기업들이 두 재단에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도록 하고, 최 씨가 기업들로부터 각종 이권을 챙기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11월 20일 구속기소됐다.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
▲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 = 2013년 10월 문체부 차관에 선임된 뒤 올해 10월 말 사퇴할 때까지 '실세 차관'으로 위세를 떨쳤다. '체육계 대통령'으로까지 불렸다.
그는 스포츠 4대악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체육계 사정' 작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며 한국 스포츠를 좌지우지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인사 청탁을 하고 K스포츠 재단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나며 몰락했다.
결국 지난달 말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구속된 김 전 차관은 박태환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가로막고, '김연아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져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그는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가 18억여원의 지원금을 내도록 압박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 박근혜 대통령이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한 최측근 인사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캠프에서 메시지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비서관으로 임명돼 박 대통령 옆을 지켰다.
그는 부속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박 대통령의 연설문과 외교·안보·경제 관련 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그의 휴대전화에서 236개의 녹음파일을 복구했다. 일부 파일에는 그가 최 씨에게 문건을 송고하고 이에 대해 최 씨가 전화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정 전 비서관은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다. 오랜 관계에서 비롯된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청와대 내의 어떤 참모들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들 3명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청와대를 떠났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 소문으로 떠돌던 '문화계 황태자' 차 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회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차 씨는 뮤직비디오와 CF 감독으로 성공한 영상 전문가다. 2014년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만난 뒤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을 맡으며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문화 정책 브레인으로 부상했다.
이와 함께 2019년까지 총 7천억원대 예산이 책정된 문화창조융합벨트 등 정부의 문화사업 전반을 좌지우지한 정황이 드러났다.
압력을 행사해 대기업·공공기관 광고를 자신이 실소유한 광고업체에 넘기도록 하는 등 각종 불법·편법으로 사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 씨와 공모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하려던 중소 광고회사로부터 포레카를 강제로 빼앗으려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차 씨는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인사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활약하는 동안 그의 은사인 김종덕 홍익대 교수가 문체부 장관,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광고업계 지인인 송성각 전 제일기획 상무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자리에 올랐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 박근혜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2013년 8월부터 1년 6개월간 비서실장으로 재임하면서 청와대 업무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김 전 실장은 재임기간 '왕 실장' 또는 '기춘 대원군'으로 통했고, 당·정·청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데 배후 실세로 인식되면서 청와대 인적 쇄신의 주요 타깃이 됐다.
퇴임 이후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김 전 실장은 10월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의혹을 풀 핵심 인물로 다시 부상했다. 자신의 재임기간 최 씨가 청와대를 출입하며 인사에 개입하고 청와대 문건을 받아봤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40년간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만큼 최 씨의 존재를 모를 리가 없고, 비서실장 재직 시절 최순실 사태에 깊숙이 개입했거나 이를 묵인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기에다 김 전 실장 재직시절 함께 근무했던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등장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일 국정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 최 씨는 물론 각종 의혹에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법률 미꾸라지'라는 야권의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향후 특별검사 수사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 청와대 민정수석 재임 기간 논란의 중심에 있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으로 자리를 지키다 10월 30일 물러났다.
우 전 수석은 지난 2009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특수통' 검사다.
2014년 5월 12일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된 우 전 수석은 같은 해 말 '정윤회 비선 실세' 문건 유출 사건 수습을 주도하면서 박 대통령의 신뢰를 얻었고, 2015년 1월 23일에는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
지난 7월 18일 첫 의혹 보도를 시작으로 진경준 전 검사장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검증 실패 논란과 부인의 횡령·배임 의혹, 아들의 의무경찰 보직 특혜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고, 야권은 물론 여권으로부터도 거센 퇴임 압박을 받았다. 결국 '최순실 게이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민정비서관으로 임명된 지 903일,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지 647일 만에 전격 교체됐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 '불통 행정'으로 학내에서 거센 반발을 산 최 전 총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특혜 입학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대 130년 역사상 처음으로 불명예 퇴진한 총장이 됐다.
2014년 8월 52세에 총장 자리에 오른 그는 1980년 이후 이화여대 역대 최연소 총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대 역사상 4번째 젊은 총장이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정부 재정지원사업 9개 중 8개를 싹쓸이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를 충분히 얻지 않고 일방적으로 각종 사업을 강행한 것이 최 전 총장의 발목을 잡았다.
잠복해 있던 학생과 교수들의 불만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이 알려지면서 결국 폭발했다. 학생들은 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7월 28일 본관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 와중에 정 씨가 승마특기생으로 이대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까지 터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려 이화여대는 졸지에 '최순실 게이트'의 핵으로 부상했고 최 전 총장은 결국 10월 19일 사의를 밝혔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취임한 최 전 총장은 이제 정 씨 특혜 입학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박영수 특별검사
▲ 박영수 특별검사 = 고검장 출신 변호사로, 11월 30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게 될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앞서 진행된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 등의 '공동정범'으로 규정되고 피의자로 입건까지 되면서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까지 맡게 됐다.
제주 출신으로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던 중요 대형 사건 수사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강력통·특수통'이다. 대검 강력과장, 서울지검 강력부장과 서울지검 2차장검사 등을 거쳐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지냈다.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가 법무법인 강남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특검에 임명됐다.
서울지검 2차장 시절 'SK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맡아 총수를 재판정에 세우는 견인차 구실을 했고, 대검 중수부장 시절에는 현대차그룹의 1천억원대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를 찾아내 정몽구 회장을 구속기소 하는 등 '재벌 잡는 강골'로 통했다.
박 특검은 2013년 국가정보원의 '정치·대선 개입 의혹'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른바 '항명 파동'의 중심에 섰던 윤석열 검사를 '수사팀장'으로 임명하고, 4명의 특검보, '특수통' 위주의 파견검사 20명도 확정해 수사 진용을 갖추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계속)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15 07: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