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윤고은 기자 = "우리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허자고~"
일자무식의 깡패는 모히또가 뭔지, 몰디브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아니, 아예 모히또가 어딘가에 있는 나라이고, 몰디브가 뭔가 이국적인 술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건치를 시원하게 '씨익' 드러낸 채 전라도 사투리를 살짝 구사하면서 건들건들 대는 폼에 웃음이 터진다.
그런데 이 깡패가 어느 순간 돌변하면 숨을 헉 멈추고 쳐다보게 된다. 배신당하고, 짓밟히고, 뒤통수를 맞은 이후 그가 보인 눈빛, 표정, 비장함에서는 '풋내기'들은 절대 따라잡기 어려운 마성이 뿜어져 나온다. 자연히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관객 500만을 넘어 이번 주말 600만을 바라보는 영화 '내부자들'의 배우 이병헌이다.
"나는 괴물을 없애려 했던 것뿐이야!"
어린시절 동네 아저씨에게 몸을 유린당한 뒤 평생 그 괴물로부터 도망치고자 발버둥쳤던 여자는 끝내 정신착란을 일으킨다.
과거를 숨긴 채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품위있게, 도도하게 살아왔지만 그녀는 끝내 과거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고 그 과정에서 슬픔과 공포, 광기가 무지개 빛깔로 뿜어져나왔다.
역시 하루아침에 보여줄 수 있는 내공이 아니다.
지난 3일 종영한 SBS TV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신들린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은 배우 신은경이다.
최근 이병헌과 신은경의 연기를 보며 즐거움과 감동을 얻은 관객과 시청자가 적지 않다. 찬사와 감탄이 인터넷을 넘실댄다.
그런데 새옹지마요, 호사다마다. 사생활 때문이다.
이병헌은 '내부자들' 개봉에 앞서 한바탕 난리굿을 치러야 했고, '아치아라의 비밀'을 끝낸 신은경의 앞에는 진흙탕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이병헌에게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거나 '시간이 약이다'는 말이 통하는 것 같다. 지난해 터져 올초까지 진행됐던 그의 '불륜 스캔들'은 온갖 추문과 루머, 의혹으로 점철됐고, 그 과정에서 이병헌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와 관련한 인터넷 기사가 줄잡아 몇천건은 됐고, 스캔들은 다각도로 낱낱이 해부돼 지상 중계됐다.
출중한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아시아는 물론이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에도 잇따라 출연하며 고공행진 중이던 배우 이병헌은 연기가 아닌 사생활로 갈갈이 찢겨졌다.
대중은 분노했고, 손가락질했고, 스캔들을 실시간으로 즐기며 소비했다. 그 와중에 지난 8월 개봉한 이병헌 주연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처참한 흥행 실패를 맛봤다. 이병헌 스캔들의 최대 피해자가 '협녀'의 여주인공인 전도연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에는 이병헌이 진짜 몰락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연기로 일어서는 듯 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내부자들'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이병헌의 연기에 대한 극찬도 보조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승우, 백윤식, 이경영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일품인 덕도 크지만 '내부자들'의 이병헌은 대타를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이병헌이 이렇듯 한숨 돌리게 된 반면, 신은경은 지금 한창 가정사 그리고 금전 문제와 관련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 시어머니, 전 매니저에 전전 매니저의 발언까지 인터넷에서 전파되고 있다.
'쟁점' 하나는 이혼 후 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는 의혹과 그 연장선상에 있는 '거짓 모성애' 논란이고, 또다른 쟁점은 그가 이전에 거친 기획사들과 얽힌 금전 문제다.
신은경은 직접 방송 인터뷰와 기자 간담회에 나서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을 했고, 현 소속사를 통해서도 공개적으로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논란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인터넷과 대중은 새롭게 떠오른 '핫이슈'를 흥미롭게 따라가고 있다.
신은경으로서는 '아치아라의 비밀'과 그 직전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 보여준 코믹한 연기로 잇따라 호평을 받자마자 급전직하한 셈이다. 연기력에 대한 칭찬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지저분한 사생활 논란과 공방이 그의 이름 석자를 설명하고 있다.
한 명의 좋은 배우를 꽃 피우기 위해서는 수많은 밤 먹구름 속에서 천둥이 울어야한다. 천의 얼굴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감동을 주는 연기는 모진 풍파를 견뎌내야 빚어진다.
그걸 알기에 대중은 '웬만하면' 금세 잊어준다. 좋은 연기를 마주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박수를 쳐준다. 그래 왔다. 이병헌과 신은경에게도 그랬다. 두 배우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래도 유감이다. 배우의 사생활 유감이다. 좋은 배우라서 그렇고 처음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배우가 공인인가, 사생활은 어디까지 보호돼야하는가는 인터넷을 뒤덮었고, 현재 뒤덮고 있는 거센 논란 앞에 무의미해진다. 이쯤되면 사생활도 더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위험 경고등이 켜질 때 관리에 들어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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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