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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매일신문

    [정치] 허송세월하는 예산·법안심사…'졸속심의' '날림처리' 우려

    청와대/국회 | 10-29 16:11

    역사교과서 공방속 예결위·주요 상임위 파행 거듭
    본회의 계류 법안 200건 쌓여…노동개혁법·경제활성화법 처리 난망
    "법안심의·예산심사 국회 고유 권한 스스로 포기"
    정기국회 넘기거나, 시한 몰려 무더기 '땡처리' 통과 우려



    (서울) 이승우 기자 =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 정기국회 본연의 기능인 예산과 법안 심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 설전이 갈수록 거칠어지면서 본격 활동에 들어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고, 각 상임위의 예산 심의 역시 교과서 문제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국회 예결위는 29일 이틀째 종합정책질의를 열었지만, 전날 교과서 논란에 종일 파행과 공전을 반복한 데 이어 이날도 예비비를 국정 교과서에 투입하는 문제로 초반부를 허비했다.




    교과서 문제의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도 전날 전체회의에서 예산과 법안 심의 대신 종일 역사 교과서 공방으로 일관했고, 오랜만에 청와대 참모진이 출석했던 국회 운영위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예년과 마찬가지로 예산 처리 시한에 쫓겨 실제 중요한 항목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심의하고 의원들 각자가 지역구 예산만 적당히 끼워넣는 식으로 타협하는 졸속 예산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예결위는 다음 달 9일 소위원회를 가동해 본격적인 감액·증액 심사에 착수하고 30일까지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켜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 전까지 예산안을 본회의에 넘길 예정이다.

    이런 일정을 맞추려면 각 상임위는 늦어도 예결특위 소위가 시작되는 다음달 9일까지 예비심사를 끝내야 하는데, 현재의 경색 정국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기술 이전 실패로 책임론이 불거진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예산문제 역시 원활한 예산 심사의 흐름을 막을 변수가 될 수 있다.

    각종 경제활성화 및 민생법안 심의 역시 교과서 논란 속에 뒷전으로 밀려 있다.

    여야 원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법제사법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계류된 법안이 200건 가까이 쌓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법안은 대부분 쟁점이 없는 정책 관련 법안들이지만 교과서 문제를 비롯한 정치적 이슈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처럼 산적한 무쟁점 법안을 털어내고자 다음달 3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교과서 국정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역사 교과서 외에도 정기국회를 파국으로 몰고 갈 '뇌관'은 즐비하다.

    여권이 추진 중인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은 여권으로서는 '필수 과제'인 반면, 야당은 '필사 저지'를 선포한 법안들이다.

    현 정부가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제출한 30개 중점 법안 가운데 핵심으로 꼽히는 7개는 여전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고,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은 3년 넘게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못 넘은 상태이다.

    새누리당이 이 같은 대형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므로 교과서 문제 등에서 상당한 양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쟁점 법안의 19대 국회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연말이 다가올수록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에 정신이 팔려 국회 법안이나 예산 심의는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아 교과서 정쟁으로 시간을 허송한 뒤 중요 법안이나 예산들이 통과되더라도 쟁점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날림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정쟁에 몰두하면서 고유한 권한인 예산 심사와 법안 심의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lesli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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