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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 R&D혁신> ① 줄줄 새는 연구비…'쌈짓돈'된 나랏돈

    IT/과학 | 10-12 15:29




    경찰, 정부 출연 연구비 횡령 대학교수 및 정부기관 공무원 등 적발(연합뉴스 자료사진)

    허위 연구원 등록은 '고전수법'…빼돌린 연구비로 주식투자까지
    비리 환수 대상액만 1천200억원…참여제한 연구자 7천명 넘어

    <※ 편집자주 =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는 국가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란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인식 아래 정부는 R&D 투자를 크게 늘려왔고 이제 양적 규모에서 한국의 R&D 투자는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그 성과도 세계적 수준인지에는 의문입니다.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연구비 횡령·비리도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본, 중국이 쾌거를 올린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도 요원할 뿐입니다. 연합뉴스는 국가 R&D 투자의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안을 진단하는 기사를 4차례에 걸쳐 송고합니다.>

    (서울) 양정우 기자 = #1. 국립대 교수인 A씨는 2012년 7월부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5개 기관이 발주한 연구과제 책임자로 있으면서 이미 취직해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은 제자를 허위 연구원으로 등록하는 수법으로 연구비를 횡령했다.

    A교수가 약 2년간 있지도 않은 제자 명의로 빼돌린 인건비는 9천800여만원.


    #2. 다른 국립대 교수 B씨는 2011년 정부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촌 동생을 끌어들였다. 그 사촌의 계좌로 9억8천여만원의 연구비를 입금받아 관리했지만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연구비 중 7억2천만원을 사촌이 개인용도로 사용해버렸기 때문. 감사원 감사결과 사촌은 가족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났지만 문제의 교수는 연구비 유용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연구비 관리책임을 물어 대학 측에 정직을 요구하는 한편 이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

    #3. 또 다른 국립대 교수 C씨는 연구비를 받아 겁도 없이 주식투자를 했다. 규정상 연구원 인건비는 공동 관리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인건비를 자신의 통장에 넣어 관리하다 3억5천만원 중 2억5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감사에 걸렸다.

    연구자들이 연구개발(R&D) 명목으로 따낸 돈이 줄줄 새고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서 단속의 고삐를 죄고 처벌을 강화해도 R&D 비리는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 세금인 나랏돈이 양심불량 연구자의 욕심에 탕진되고 마는 것이다.

    연구비 부정 집행은 국내 R&D 현장에서 만연한 비리의 '원형'으로 꼽힌다.

    2008∼2012년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총 548건의 비리가 적발됐는데 이중 연구비 비리가 387건으로 단일 유형 중 가장 많았다.

    이 외에 기획부실 등 기획과정 문제가 45건, 부당한 선정 평가 64건, 기술료 관리 미흡 등 성과 관리도 52건으로 집계됐다.

    연구비 부정도 문제지만 R&D 기획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에서 비리가 빈번하게 저질러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스갯소리로 고구마 줄기처럼 캐기만 하면 R&D 비리가 줄줄이 나오다 보니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했다 환수하는 일도 보통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2015년 환수 대상에 오른 R&D 금액은 무려 1천211억원에 달한다. 이중 실제로 환수된 연구비는 507억원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잘못된 연구비 집행으로 환수 조치를 받은 돈만 480억원이다.

    R&D 현장에서 비리가 계속되다 보니 정부 R&D 사업에 참여제한을 받은 연구자도 최근 4년간 7천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연구비 용도 외 사용을 비롯해 함량 미달인 연구결과 제출, 기술료 미납,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 적발됐다.

    참여제한 처분을 받은 연구자가 가장 많았던 2012년에는 2천300명이 넘었다.

    수천 명의 연구자가 국가 R&D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 조치를 받게 된 배경에는 정부가 과거보다 관리·감독의 끈을 조인 측면도 있지만 반복되는 비리와 부정에도 R&D 현장의 '자정 노력'이 여전히 부족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더 이상 일부 연구자의 개인적 일탈로 여길 게 아니라 R&D 연구비가 제대로 사용되는지 따져볼 수 있도록 전주기에 걸친 관리·감독 시스템을 강화하고 R&D에 참여하는 연구자 스스로 무엇보다 연구비 집행에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비리와 부정으로 인한 R&D비용 누수 액은 전체 R&D예산 중 1%도 되지 않지만 이런 행위들이 반복되면서 국가 R&D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반드시 근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ddi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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