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김중배 기자 = 충북 괴산 산골에 들어선 '숲속작은책방'은 대한민국 최초의 가정식 서점을 자처한다.
"2014년 한 해 매출 759만 3천원."
도시적 기준에서 보면 많다고 할 수 없지만, 중소서점들이 버티기 어려운 출판시장 상황을 고려해볼 때 주목할 만한 성과다.
서점 주인인 김병록, 백창화 부부는 10여 년간 일산에서 숲속작은도서관을 만들어 10여 년간 운영해오다가 지난 2011년 6월 괴산의 전원마을인 '미루마을'에 정착했다. 유럽에서 본 책마을을 국내에서 만들어보자는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애초엔 '작은도서관' 조성에 나섰으나 전원마을 조성 과정에서 맞닥뜨려진 갖은 문제와 갈등으로 인해 쓴맛을 보고 접어야 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깊은 좌절감을 맛본 남편 병록씨는 '톱질'에 빠져들었다. 어느새 그의 손을 거쳐 집 한 채가 만들어졌고, 내부엔 직접 만든 가구들이 들어섰다. 아내인 창화 씨는 블로그 활동을 통해 남편의 작업을 소개했다.
부부가 함께 출간했던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을 기억하는 이들이 블로그를 보고 이따금씩 방문해 부부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부부의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다. "동화 같은 책의 집에서 하룻밤 머물며 책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일"은 그렇게 부부의 새로운 꿈이 되고, 책방 구상의 단초가 됐다.
"책을 좋아하세요?" 블로그를 방문한 이들이 민박 문의를 해오면 부부는 역으로 방문객을 대상으로 면접 시험 식의 질문을 쏟아냈다고 한다. 그렇게 방문한 이들 다수가 만족해했다고 이들은 소개했다. 숙식만 해결하는 닫힌 여행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교감하는 '살롱' 문화에 대한 갈증을 반영한 것이라고 나름의 분석도 내어놓았다.
부부가 처음부터 책을 판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는 책을 사고 싶다는 방문객들의 요구에 하나둘 응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판매량이 부쩍 늘자 부부의 생각도 달라졌다. 결국 지난해 4월 30일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받았고, '숲속작은책방'은 그렇게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책을 좋아하고 종이책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살고 있는 집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그러나 책 한 권은 꼭 사가셔야 해요."
부부는 개업 이후 대문에 이 같은 광고판을 내걸었다. 도시의 서점이라면 불가능한 영업방식일지 모른다. 길 가다가 들르는 고객보다 미리 서점의 존재를 접하고 먼 곳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많은 '숲속작은책방'의 강매 방식은 '먹히고' 있다.
부부는 최근 통영에 입지한 지역출판사 '남해의봄날'을 통해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라는 전국의 지역서점 탐방기를 출간했다. 서점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나니 전국의 동네서점들은 어떻게 '먹고 살고 있을까' 궁금증과 사업적 참고의 필요성이 생긴 게 집필의 동기가 됐다고 한다.
책에는 마포의 '땡스북스'와 북바이북, 부산 인디고서원, 진주의 진주문고 등 전국의 특색 있는 중소서점 70여곳에 대한 탐방기와 정보, 각 서점의 추천도서 목록 등이 실려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숲속작은책방처럼 지역의 '북스테이' 민박이 가능한 서점들과 책에 소개된 서점들의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작한 별책부록인 '북스테이' 지도다.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는 "각 지역서점 운영자들에게 들어보면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 이후 매출이 호전되고, 서점 운영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출판계 현실에 맞서 실험적인 지역출판사 운영에 나서고 있는 정 대표는 특히 각 지역의 중소서점 활성화는 지역출판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서점은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이라며 "지역서점 활성화는 곧 지역문화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jb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