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간신'에 출연한 배우들이 캐릭터를 위해 기울인 남다른 노력이 흥미롭다.
영화는 연산군 11년, 폭정과 쾌락에 뒤덮인 파란의 역사 속에서 1만 미녀로 왕을 쥐락펴락하려던 간신들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렸다.
연산군 역을 맡은 배우 김강우는 지금까지의 연산군과는 다른 색다르고 차별화된 연기를 선보이길 원했다. 김강우는 "표현 방식이 유사해질까 봐 연산군이 나온 작품을 찾아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그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이빨을 드러낸 이리', '사슴의 목을 문 사자', '바로 앞의 먹잇감을 노리는 독사' 등 사나운 동물들의 사진을 뽑아 방에 붙여뒀다고 한다.
당시 연산군이 느꼈을법한 심리와 감정선을 설정하고, 이를 몸에 익히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야기는 연산군이 채홍사를 파견해 팔도의 미인을 끌어모으고, 이 미인을 흥청(興靑)이라 불러 패망의 길을 걸으면서 흥청망청(興淸亡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김강우는 "연산군이라는 배역을 위해 감독님과 변태적인 상상을 해나가는 것이 재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산군은 당대 화가 못지않은 그림 실력을 자랑했다. 김강우는 직접 작가를 만나 붓 잡는 방법을 익히는 품을 들이고, 붓으로 획을 긋는 등 작은 동작 하나하나까지도 신경을 쓰는 섬세함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간신 임숭재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은 극 중에서 검술과 검무를 자유롭게 구사하려고 액션 스쿨을 다니며 특별 교습을 받았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서 '매일 오답을 내는 학생' 마냥 캐릭터 이미지 구축과 해석에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밝혔다.
충신이자 간신으로서 왕과의 관계, 정치적 조력자이자 자신을 속박하는 존재인 아버지와의 관계, 자신을 변화시키는 비밀의 여인 '단희'(임지연)와의 관계를 동시에 이끌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이름으로 더 큰 권력자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아버지(임사홍)를 보며 회의감을 느끼다가, 단희와 만나 인간애를 되찾는 적절한 감정과 연기 톤을 형성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다들 욕망에 찬 인물들이기에 그걸 여유롭게 풀 수 없었다"며 "내가 생각했던 연기의 틀이 깨진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에서 검무를 추는 장면이 많았던 임지연은 촬영 2개월 전부터 기본적인 검무 동작을 익히며 작품을 준비했다. 그 결과 현장에서 강렬하고 단아한 춤사위를 뽐낼 수 있었다.
임지연은 자신이 맡은 단희라는 캐릭터에 대해 "마음대로 상상하려고 노력했다"며 "단희가 그렇게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를 생각하면서 과거의 상처들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조선 최고의 명기 '설중매'로 분한 이유영은 촬영 2개월 전부터 판소리와 무용을 연습했다고 한다.
이유영은 "기존에 있던 설중매 연기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시나리오만 보고 설중매의 욕망을 잘 표현하려 했다"며 감독님이 '그냥 네가 설중매다'라고 말씀해주셔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파격적인 노출과 농염한 정사신이 가득한 이번 영화에 여배우들이 느낀 심적 부담이 컸을 수밖에 없다. '색'이 넘치는 영화지만, 단순 볼거리를 뛰어넘어 예술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의 생각이었다.
민 감독은 여배우들을 떠올리면서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참고했고, 섹스 중독에 빠진 여자 색정광(色情狂)을 소재로 한 영화 '님포매니악'이 개봉하는 날 임지연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민 감독은 "두 여배우에게 캐릭터에 몰두하고 노출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보고 참고할 만한 영화를 많이 추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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