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체육회, 박태환 딜레마 슬기롭게 풀어야
(서울=연합뉴스) 한국 수영의 간판스타 박태환이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난 박태환에게 23일 `선수 자격 18개월 정지'의 징계를 내리고,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그가 획득한 메달을 박탈했다. 박태환의 징계는 내년 3월2일 끝나게 돼, 일단 그가 내년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은 열렸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초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FINA의 도핑 청문회에 출석했다. 박태환이 박탈당한 메달들은 인천 아시안게임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 등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말 금지약물인지 모르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수치를 높이는 이른바 `네비도(Nebido)' 주사를 맞았다.
박태환의 도핑 파문은 한국 스포츠계에 여러가지 숙제를 던졌다. 특히 경기단체나 선수 가족들이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히 드러났다. 우리 스포츠인들이 그동안 도핑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태환 도핑의 경우에도 금지약물을 주사한 한 의사의 일과성 부주의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문제다. 선수 자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박태환은 스스로 자기 관리에 얼마나 엄격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그가 FINA의 상시 도핑검사 대상자였는데도 자신에게 주사되는 약물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핑검사에 걸리게 되면 선수 생명이 끝날 수 있으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스타로서의 이미지도 여지없이 실추되기 때문이다. 이번 FINA의 징계는 박태환에게 다시 한번 선수 생활을 이어갈 기회를 주었다. 세계도핑방지규약은 선수가 알았던 몰랐던 간에 도핑은 대부분 선수의 책임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박태환은 규정상 최소한 2년의 자격정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렇게되면 내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어, 사실상 선수생명이 끝날 상황이었다. 박태환은 심기일전해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이제 문제는 국내 규정이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금지약물 복용 등으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체육회가 이 규정을 고치지 않는 한 박태환은 여전히 내년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체육회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됐다. 만일 규정대로 박태환을 징계하면 국제 경기연맹의 징계보다 가혹한 징계, 또는 이중처벌로 그의 선수 생명을 끝장내려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된다. 그렇다고 지난해 7월에 만든 규정을 특정 선수를 위해 고친다면, 특혜 시비와 형평성 논란 등이 불거질 수 있다. 체육회는 지난 2011년에 나온 스포츠 중재재판소(CAS)의 판례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 당시 CAS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6개월 이상 징계를 받은 선수는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게 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IOC는 해당 규정을 폐지하고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국제경기연맹 등에 이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체육회는 현재의 금지약물 관련 징계 규정이 이런 국제적인 판례나 규정에 맞는 지를 면밀히 검토해보기 바란다. 또 `이중처벌'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제 경기단체의 징계와 국내 단체의 징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도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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