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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남매일신문

    [라이프] [세계의 시장] 모스크바 이즈마일로보 시장

    여행 | 11-12 10:30

    (모스크바=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모스크바 이즈마일로보 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동화에서나 봄 직한, 각양각색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건물 모양은 아기자기하고 색깔은 알록달록하다. 보는 순간, 동심을 불러 일으킨다.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시장 건물 [사진/조보희 기자]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시장 건물 [사진/조보희 기자]

    ◇ 동화 속 그림 같은 시장

    메트로 파르티잔스카야 역을 나와서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다양한 모양의 탑으로 이루어진 시장 건물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시장으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왼쪽으로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면 장난감 병정 같은 쌍둥이 타워와 성채가 나타난다. 이즈마일로보 크렘린이다.

    이 건축물은 14∼17세기 스케치를 바탕으로 2001년에 지은 것이다.

    크렘린(Kremlin)은 붉은 광장의 크렘린이 유명해서 고유명사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중세 러시아의 성채나 성벽을 이르는 일반명사로 당시 러시아 도시마다 하나씩 자리하고 있던 건축물이다.

    주말마다 펼쳐지는 벼룩시장 [사진/조보희 기자]
    주말마다 펼쳐지는 벼룩시장 [사진/조보희 기자]

    성으로 들어가면 나무로 지어진 건물들이 모여있다.

    처음에는 평일에 방문했는데 시장 뒤로 이어진 긴 건물들이 하나같이 텅 비어 있어 쇠락해 가는 시장 경기 때문인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두 번째로 토요일에 찾았을 때는 그 많은 건물에 벼룩시장이 끝도 없이 펼쳐진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장 입구에는 상설시장이 형성돼 있다.

    여러 형태의 구식 카메라가 진열된 골동품 카메라상점, 옛 소련 시절 군복과 모자, 군사용품이나 옛날 지도 등을 파는 상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레코드판을 돌리는 축음기도 볼 수 있다.

    흔한 품목은 러시아 목제인형 '마트료시카', 방한용 털모자인 샤프카, 목도리 등이다.

    러시아의 겨울은 모자를 쓰지 않으면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을 만큼 매섭기에 러시아인들에게 털모자는 꼭 필요한 물건이다.

    어떤 가게에는 여우나 늑대, 곰 얼굴이 생생하게 박제 형태로 붙어 있는 모피도 쌓여 있다.

    겨울이 긴 곳이라 장갑이나 양말도 두꺼운 것이 많다.

    칼이나 금속 골동품을 파는 곳도 여럿 있다. 하지만 물건이 아주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다.

    이외에도 알 공예품, 보석함, 도자기, 나무 공예품도 많이 볼 수 있다.

    시장 입구에 자리한 상설시장 [사진/조보희 기자]
    시장 입구에 자리한 상설시장 [사진/조보희 기자]

    한쪽으로는 꼬치구이인 샤슬릭을 파는 음식점이 나란히 있다.

    샤슬릭은 닭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샤슬릭을 굽는 상인들은 손님의 국적에 따라 여러 나라 언어로 손님을 유혹한다. 한 상인은 간단한 한국말을 멋지게 구사했다.

    이곳의 샤슬릭은 동남아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꼬치구이보다는 훨씬 커서 하나만 먹어도 배를 채울 수 있다.

    군침을 돌게 하는 샤슬릭 [사진/조보희 기자]
    군침을 돌게 하는 샤슬릭 [사진/조보희 기자]

    ◇ 유럽에서 가장 큰 벼룩시장

    상설시장을 둘러보고 이어진 골목을 따라가니 시장 골목을 가득 채운 좌판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구불구불하게 수백 미터나 계속되는 건물에도 온갖 물건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벼룩시장이다.

    진열된 물건은 다양하기 그지없다. 오래된 가족 기념사진도 있고 군인이나 노동자 사진도 있다. 온갖 세간살이를 다 들고나온 듯했다.

    주전자, 컵 숟가락, 접시, 쟁반, 아기 인형, 가죽가방, 약병 등등 자세히 보면 한 집안의 역사와 살림살이를 다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것을 누가 사갈까 생각되지만, 가치를 알아보는 임자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생활사 박물관을 둘러볼 때 어릴 적 흔하게 보아왔던 일상적인 물건들을 모아 놓으니 그 자체가 향수와 추억을 불러오는 보물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런 물건들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의 추억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벼룩시장에 나온 옛날 물건들 [사진/조보희 기자]
    벼룩시장에 나온 옛날 물건들 [사진/조보희 기자]

    한 골목에는 그림이 가득 진열돼 있다.

    집안 벽면에 걸어두면 어울릴 것 같은 풍경화부터 꽃을 그린 정물화 등 시원스럽고 화려한 색채의 그림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서적을 파는 가게, 엽서나 사진을 파는 사람, 다양한 모양의 만능 칼을 잔뜩 펼쳐놓은 아저씨, 각종 배지나 메달이 펼쳐진 가게 등이 줄지어 있다.

    시장을 다 둘러보려면 상당한 체력이 요구된다.

    물건을 파는 상인이나 물건을 고르는 손님이나 서둘러서는 안 될 듯하다. 진짜 좋은 물건을 낚아채는 전문가들은 시장이 열린 뒤 몇 분 만에 둘러보고 물건을 알아본다고 한다.

    한 바퀴 돌아보고 나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시장 건물이 사진 배경으로 잘 잡히는 노점에 자리를 잡고 샤슬릭, 볶음밥, 전통 빵으로 기력을 충전한 뒤 광장 주변 건물 탐색에 나섰다.

    광장 한가운데 나무로 만들어 멀리서 보면 범선 같이 보이는 건물이 러시아 정교회인 성 니콜라스 교회다.

    전통 예복을 입은 신자들이 모여 있어 사진을 찍으려 하니 교회 안에서는 촬영 금지라고 한다.

    이 교회는 2000년에 지어진 것으로 모스크바에서 가장 높은 목조 교회라고 한다. 주변 건물에는 보드카 박물관, 빵 박물관, 장난감 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이 있다.

    그중 보드카 박물관을 찾았다. 입장료가 250루불이다. 아담한 박물관이지만 다양한 보드카가 전시돼 있다. 초창기 보드카 주조 과정과 장비도 볼 수 있다.

    방한용 털모자인 샤프카 [사진/조보희 기자]
    방한용 털모자인 샤프카 [사진/조보희 기자]

    박물관을 나서니 결혼식 사진을 찍는 일행이 떠들썩하다.

    이색적인 건물이 신랑·신부와 잘 어울려 사진 찍는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이즈마일로보 시장을 제대로 보려면 벼룩시장이 열리는 주말에 가야 한다. 그래야 상설시장과 벼룩시장을 동시에 구경할 수 있다.

    상설 시장의 러시아 목제인형 '마트료시카' [사진/조보희 기자]
    상설 시장의 러시아 목제인형 '마트료시카' [사진/조보희 기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job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1/12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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