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유적지 '치첸이트사'멕시코 동부 유카탄 반도에 있는 마야 유적지 '치첸이트사' 내의 사원(아래). 연합DB
마야 유적지 '치첸이트사'멕시코 동부 유카탄 반도에 있는 마야 유적지 '치첸이트사' 내의 경기장. 연합DB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는 문화와 유적이 풍부한 도시다. 아스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에서 시작해 중앙아메리카의 중심이 됐지만 아쉽게도 스페인이 점령하면서 파괴됐다. 대신 그 자리에 스페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건축물과 궁전을 세웠다.
내가 방문한 날은 멕시코가 스페인에서 독립한 날이었다. 그래서 유적지 방문은 다음날로 미루고 헌법재판소와 대통령궁이 있는 소깔로 광장에 갔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서인지 광장을 에워싼 경찰이 물병조차 반입이 안될 만큼 삼엄하게 검문했다.
가까스로 들어가니 곳곳에서 얼굴에 기념 페인팅을 해주고 있었다. 나도 얼굴에 별 3개를 그려 넣은 후 사진 '찰칵'!
음악을 연주하는 곳엔 살사를 추는 커플이 많았는데, 모르는 손 하나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아당겼다. 폼 나게 같이 추고 싶었지만 몸치인지라 사양했다. '콜롬비아에 있을 때 살사를 배워둘걸'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번에는 분장을 한 사람들이 같이 사진을 찍자길래 또 다시 사진 '찰칵'!
대형 무대에선 다양한 공연이 열렸다. 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며 궁전과 대성당 등을 돌아다니다 보니 너무 지쳐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왔다.
'신들의 도시'인 테우티우아칸은 멕시코시티에서 40km 떨어져 있다. 버스로 한 시간 반쯤 걸려 도착하니 강한 햇볕 때문에 사막처럼 열기가 뜨거웠다. 기원전 200년 무렵 번영했던 곳이지만 기원후 700년경 거대한 피라미드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곳이다.
현재는 전체 유적지의 10분의 1 정도만 발굴됐는데 그래도 규모가 여의도의 4배다. '죽은 자의 거리'에는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를 비롯해 많은 신전이 있고, 대광장과 수로도 있었다. 농경지와 장인, 농부, 상인 등이 살았던 주거지도 보였다.
무덤으로 만들어진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달리 멕시코의 피라미드는 신을 향해 다가가는 신전이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바닥의 한 변이 225m이고, 높이는 63m나 되는 엄청난 건축물이고, 사람의 심장을 신에게 바쳤던 달의 피라미드도 태양의 피라미드보단 못하지만 결코 작지 않다.
가파른 경사와 계단을 기다시피 올라 달의 피라미드 정상에 도착하니 유적지 전체를 산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냥 넓다고 하기엔 너무 넓은 유적지가 죽은 자의 거리를 중심으로 피라미드와 대광장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줄지어 서 있었다.
마야 언어로 뱀을 뜻하는 칸쿤에 도착하자 짐을 숙소에 던져놓고 호텔존으로 갔다. 카리브해의 터키 색 바다와 백사장 옆으로 세계에서 유명한 별 5개짜리 호텔이 산호섬 위에 늘어서 있었다.
그 유명한 캐리비안 해변에 들어가서 보니 이곳이 왜 꿈의 휴양지인지 알 수 있었다.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바다에 뛰어드니 부드럽게 밀려오는 파도에 아무런 장비가 없어도 자연스레 파도타기가 이뤄졌다.
칸쿤에서 200km 떨어진 치첸이트사는 천문학과 건축기술이 어우러진 마야 유적지다. '뱀의 신전'으로 불리는 쿠쿨칸 피라미드는 91개로 된 4면의 계단과 정상에 있는 계단까지 합하면 1년을 뜻하는 365일을 이룬다.
커다란 뱀의 머리가 정면 계단 입구에 있는데, 몸통처럼 보이는 난간을 따라 올라가면 피라미드 정상의 꼬리로 연결된다. 춘분과 추분의 해질 무렵이면 이 뱀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이유는 뱀 머리의 그림자 때문이다. 이때 씨앗을 뿌리고 수확을 했다니 참으로 과학적이다.
동쪽으로 가보니 수많은 돌기둥만 남은 '전사의 신전'이 나왔다. 이 신전 꼭대기에는 누워 있는 차크몰 상이 있는데 인간의 심장을 제물로 올려놨던 곳이다. 또 서쪽에는 경기장이 있는데 길게 서 있는 벽에 돌로 만든 고리가 2개 달려 있었다.
일종의 골대인데, 원로원이 선수 14명을 선발하고, 7명씩 나눠 팀을 가르고 주장을 한 명씩 뽑은 후 이긴 팀 주장의 목을 베었다고 한다. 죽어서 신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신도 좋지만 죽을 것을 알면서도 골대에 공을 넣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했다.
진녹색의 정글에는 '신성한 우물'이란 뜻의 세노테라가 보였다. 지름 60m, 깊이 80m의 거대한 우물로 가뭄이 들면 어린 여자아이와 보석을 바치며 기우제를 올렸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더위에 지친 몸을 우물에서 식혔지만 인신공양을 당한 영혼들이 무서워 얼른 돌아섰다.
고대 마야 문명으로 들어가는 일종의 관문, 멕시코. 만약 찬란한 마야 문명을 보고 싶다면 멕시코가 최고다.
배낭여행가 오현숙오현숙 제공
오현숙
- 배낭여행가 / 여행작가 / 약 50개국 방문
- 저서 <꿈만 꿀까, 지금 떠날까> 등
- insumam42@ hanmail.net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6/03 10: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