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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국민연금 폐지?…"이론적 가능하지만 청산비용 더 들어"

    증권/금융 | 08-22 09:52

    투자 주식 등 금융시장 혼란…세금으로 기존 수급권자 연금지급 부담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연금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올리고 가입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의 정책자문안이 나오면서 논란이 거세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대로 죽도록 보험료만 내고 나중에 못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부터 심지어 "지금까지 낸 돈 돌려주고 차라리 폐지하라"는 극단적 목소리까지 흘러나오는 등 반발 여론이 비등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내 노후는 내가 책임질 테니 국민연금을 폐지해달라"는 주장을 담은 청원이 끊임없이 올라와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988년 전 국민 행복시대를 연다는 슬로건 아래 도입돼 올해도 30주년을 맞은 국민연금제도는 과연 없앨 수 있을까?

    2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폐지는 절차상 국민합의를 거쳐 국회에서 국민연금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국민연금법을 없애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질적으로는 국민연금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대 간, 세대 내 연대'라는 사회보험의 운영원리를 떠나서 순수하게 경제적으로만 따지더라도 청산비용이 유지비용보다 훨씬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을 없애더라도 국민은 더 큰 조세부담을 짊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에 가입해서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고 최소가입기간 10년을 채우면 노후 연금을 탈 시기에 연금수급권이 주어진다. 이렇게 해서 올해 5월말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는 447만877명(남자 258만4천896명, 여자 188만5천981명)에 달한다.

    이들이 확보한 연금급여청구권은 정당한 기득권으로 법적 보호를 받는다. 헌법의 소급입법 금지 원칙에 따라 연금수급권은 재산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국민연금제도를 폐지하더라도 어떻게든 이들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줘야 하며, 만약 기금이 모자라면 세금을 조달해서라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다.

    5월말 현재 국민연금 적립기금 규모는 634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거대한 돈을 탈탈 털어서 주더라도 연금 지급액을 충당하기 버겁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가가 존립하는 한 영속적으로 운영되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에는 비록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납세자연맹 추산 결과를 보면, 2017년말 현재 수급자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국민연금 충당부채(책임준비금)는 1천242조원이다.

    그러나 현재 적립기금은 절반인 621조원으로, 미적립부채(잠재부채)가 621조원에 달한다. 이는 미래세대, 후세대가 세금 등으로 부담해야 할 빚인 셈이다.

    이와는 별도로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기존 수급자와 가입자에게 그간 거둔 돈을 돌려주려면 현재 금융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수백조원을 헐어야 하는 점도 큰 문제로 꼽힌다.

    만약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금융자산을 한꺼번에 현금화하고자 내다 팔면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시장은 붕괴위기에 직면하며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 9.67%, 현대자동차[005380] 8.44%, SK 9.20% 등을 보유하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주식을 처분할 경우 주가 폭락은 불가피하며, 국내 금융시장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는 현재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적인 성과 제고와 위험 분산을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며 국내외 채권과 주식, 부동산 등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5월 현재 투자부문과 비중을 보면, 국내주식 130조원(20.5%), 해외주식 114조원(18.0%), 국내채권 295조원(46.5%), 해외채권 23조8천억원(3.8%), 대체투자 67조3천억원(10.6%), 기타부문 1조원(0.2%) 등이다.

    기금 중에서 현금성 자산에 해당하는 단기자금은 2조2천억원(0.4%)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기금은 제도도입 때인 1988년 5천300억원으로 시작해 2003년 100조원을 돌파한 이래 올해 5월말 현재 634조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일본 공적연금펀드,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힐 정도로 거대기금을 굴리고 있다.

    4차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1년에 1천778조원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립기금의 비율은 2034년 48.2%까지 증가한 후 감소할 것으로 추계됐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일각에서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각자 알아서 노후를 준비토록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국민 개인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62.1%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고, 사적연금을 통한 노후준비는 9.8%에 불과했다.

    김 이사장은 이런 현실에서 "만일 국민연금 없이 각자 알아서 노후준비를 한다면 대부분 사람은 미래 노후생활 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가가 책임질 수밖에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폐지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수준인 노인 빈곤율이 더 악화해 사회불안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정부가 책임지고 연금지급을 보장하므로,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반드시 지급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생 국민연금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최대 30%에 불과하다"며 "국민연금만 한 제도를 가진 나라는 없으니, 아끼고 키워야지 폐지하는 것은 반(反)복지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제도개편 논란 (PG)
    국민연금 제도개편 논란 (PG)[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연합뉴스TV 제공]


    sh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8/22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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