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강후약…연말로 갈수록 부정적 요소 늘어나
최근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22일, 2,300을 넘어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황판. 김현태 연합뉴스 기자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을 뚫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세계적인 금리인하, 중국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2,230p대(2011년 5월)까지 상승했던 코스피는 이후 6년간 지루한 횡보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 증시의 급등,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 증시의 호조 속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던 한국 증시가 2017년 들어 힘을 내고 있다.
최근 주가상승의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며 기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 주도의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가운데, 반도체와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이후 글로벌 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뚜렷한 특징은 경기 회복을 신흥국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주춤한 상황이고, 유럽도 이제야 경기가 바닥을 치고 돌아서는 형국이지만, 신흥국들이 힘을 내면서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개선되고 있다. 신흥국의 회복은 2016년 1분기까지 과도하게 경기가 위축됐던 데 따른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순환적인 경기 사이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금융시장에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만든 경기선행지수를 많이 참조한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OECD 경기선행지수는 글로벌 경제의 한 부분만 보여준다는 단점이 있다.
OECD는 선진국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국 경기 상황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도 OECD 회원이 아니다.
OECD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얼마 전 기존 경기선행지수 외에 EM Big6 경기선행지수를 만들었다. EM Big6은 브릭스 4개국 외에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됐는데, 전반적인 신흥국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최근에는 신흥국 경기의 반등세가 더 뚜렷하다. 특히 선진국 경기가 2013~2014년 반짝 반등했던 시기에도 신흥국 경기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5년 가까이 하락하던 경기가 지난해 2분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국가는 러시아와 브라질이다. 지난해 초까지 국가부도 가능성마저 거론됐던 이들 국가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며 전반적인 신흥국 경기 반등을 이끌고 있다.
한국의 수출지표를 보면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한국 수출은 작년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 6개월간 러시아, 베트남, 이란, 브라질 등 신흥국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대미 수출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가 지난 6년간 박스권에 머물러 있었던 이유도 신흥국 경기가 후퇴했기 때문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신흥국 경기 회복은 코스피의 장기 박스권 돌파에 든든한 우군이 돼주고 있다.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의 두 번째 동인은 기업이익 증가다. 한국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에 91조 원을 기록한 후 2011~2015년에 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주가가 장기 박스권에 머물렀던 이유는 기업이익의 정체였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신흥국 경기 회복과 반도체 경기 활황으로 한국 상장사들이 이익 정체의 덫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상장사의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초로 100조 원을 넘어섰고(103조 원), 올해는 31% 증가한 130조 원대의 순이익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강세장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적어도 3분기 초·중반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시장의 불안요인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글로벌 경기 흐름은 4분기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근의 글로벌 경기 흐름은 신흥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반쪽의 경기 회복세인 것이다. 전통적인 글로벌 경제의 분업 구조는 ‘선진국은 소비하고, 신흥국은 제조해서 수출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소비 규모가 신흥국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최근의 신흥국 경기 반등은 그야말로 기저효과의 측면이 크다. 마이너스 성장으로 내몰렸던 브라질, 러시아 등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브라질은 정치 스캔들로 다시 휘청거리고 있고, 국제 유가의 오름세가 주춤해진 요즘 상황에서 러시아 경기의 확장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2017년 후반부로 갈수록 선진국 경기, 특히 미국 소비의 회복 속도도 중요해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배타적 정책기조를 감안할 때 미국 소비가 개선된다 해도 신흥국들이 그 수혜를 온전히 누리기 힘들 것이다.
한국 상장사들의 기업이익 증가가 특정 업종에 쏠려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 상장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부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와 화학의 2개 업종만 역대 최고의 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탄 반도체와 신흥국 경기 반등의 수혜를 보고 있는 화학 업종만 호황일 뿐 다른 대다수 업종의 업황은 사상 최고 수준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반도체와 화학은 업황의 부침이 심한 경기 민감형(cyclical) 산업이다. 업황이 상승 사이클을 타면 이익이 무섭게 증가하지만, 일단 하강 기조로 반전되면 이익이 급감하는 속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종목은 시장에서 높은 밸류에이션(기업이익 대비 주가 비율;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PER가 일반적인 지표)을 받지 못한다. 이익의 불안정성이 주가에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글로벌 증시 전반의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됐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한국 증시야 장기 박스권에서 이제 막 벗어났지만, 글로벌 주식시장 전체적으로는 2009년부터 9년째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이 반복된다. 9년 연속 올랐다면 중기적인 가격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 증시는 가격부담이 덜하지만, 미국 증시가 심하게 조정을 받으면 한국도 그 여파를 벗어나기 힘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 경제와 증시에 심각한 모순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 이슈로 휘청거리고,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그 여파가 그대로 한국 증시에 옮겨졌다.
미국 증시는 지난해 트럼프 당선 이후 빠르게 레벨업이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당초 가졌던 기대와 거리가 멀다. 리더십을 인정받기는커녕 출범 4개월여 만에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올 수 있는 부정적 효과의 전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2017년 시장 흐름은 ‘전강후약’이 예상된다. 연말로 갈수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조선일보·매일경제 선정 베스트 애널리스트(2008년)
sigo1@naver.com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6/21 09:4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