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정규 박수윤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야당의 반대를 작심 비판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은 구체적 내용보다는 포괄적 토대를 규정한 말그대로 '기본법'이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전반적으로 모색하는 취지로 제안된 입법안으로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 설치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 수립 ▲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자금·세제 지원 ▲서비스산업 특성화 교육기관 및 연구센터 지정 등을 골자로 한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서비스법은 서비스산업 발전의 기반이 되는 SOC(사회간접자본) 같은 법안"이라며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쟁점은 '서비스산업 발전'의 대상에 보건·의료 분야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야당에선 이 법안이 '의료 민영화'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을 들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여당은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보장한다'는 보완 장치를 둬서라도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서비스산업 통계 분류에서 보건·의료를 완전히 빼야 한다며 반대를 고수, 이 법안은 1천438일(약 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30일, 정부는 서비스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이듬해 18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서 폐기됐다. 정부는 19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법안을 다시 제출, 현재까지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 계류중이다.
정부 입법은 이명박 정부 시절 가시화됐으나, 본격적인 정책 추진은 노무현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야당이 결사 반대하는 의료 부문도 당시에는 핵심 추진 분야였다.
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집권하던 시절에 적극 추진하던 정책을 이제 와서 반대한다면 과연 누가 그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고 꼬집은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12월 청와대 회의에서 "건강·의료·보육·교육·문화·관광·레저 등 고도소비사회가 요구하는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해 소비부진, 나아가 고용부진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돈을 막아야 한다"(2005년 2월 국정연설), "우리도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2006년 1월 신년연설), "국내 소비의 확대를 위해 교육, 의료 등 소비가 해외로 몰리고 있는 고급 서비스 시장도 과감하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2007년 1월 신년연설)고 말했다.
해마다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산업 고도화·선진화·개방화를 강조한 것이다.
여당에선 이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서비스법 전도사'였다"며 이 법안에 반대하는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부는 2006년 12월과 2007년 7월 및 12월에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1·2·3단계 대책'을 만들어 추진했고, 당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노 전 대통령도 신년연설에서 일자리를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분야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고 지적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과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상기시킨 것이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야당은 보건·의료단체의 표를 의식해 서비스법을 반대하는 것"이라며 "노동계의 표를 의식해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여당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무현정부에서 의료서비스 시장 개방이 추진됐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당시 정책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 정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노무현정부는 환자 진료와 관련 없는 분야에 한해서만 병원의 부대사업이 가능하게 규제를 풀어주자고 했던 반면, 현 정부는 환자 진료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해서 사실상의 상업 행위를 허용하자는 것이라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서비스법이 하려는 건 영리병원이나 원격의료"라며 "의사가 직접 환자 왕진을 갈 수 있게 하는 것과, 섬마을 할머니를 컴퓨터로 원격진료하게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일자리가 많이 생기겠느냐. 삼성이나 SK를 돈 벌게 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 건강권은 침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는 서비스법을 통해 스스로 컨트롤타워가 돼 보건·의료 영역을 총괄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돈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해 공공의료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 및 여당의 압박에 야당이 강력히 저항하는 서비스법은 19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오는 9일 오전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 다시 한번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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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