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윤고은 기자 = 2008년 10월2일은 한국 연예계에 큰 슬픔과 충격을 안겨준 날이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는 카피의 광고로 시작해 드라마 '질투'와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을 거치며 '국민적 사랑'을 누렸던 배우 최진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이다.
최진실이 누렸던 인기와 받았던 사랑은 지금의 어떤 스타보다 폭넓고 깊고 컸다.
그의 죽음이 낳은 '충격'의 여러 모습 중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은,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해 '남녀노소가 그 이름을 아는' 인기 여배우 A가 호텔 방문을 걸어잠그고 그 안에서 하루를 꼬박 보낸 것이다.
당시 부산영화제 기간이었고, 영화제 참석차 부산에 내려갔던 A는 연예계에서 같은 시간을 관통했던 '언니'이자 '동료' 최진실의 자살에 망연자실했고 그의 잘못된 선택이 남의 일 같지 않아 일정을 취소하고 호텔방에서 울고 또 울었다.
최진실에게서 삶의 의지를 앗아간 이유는 복합적인 것이겠지만,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조명이 꺼진 무대 위에 남겨진 스타의 외로움과 두려움이 큰 부분을 차지했음은 그의 생전 육성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또 그러한 고민은 많은 스타들이 이심전심으로 나누는 고통이다.
특히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악성 루머와 댓글은 스타의 영혼을 잠식한다. 최진실 역시 죽기 전 말문을 닫아버리게 하는 악성 루머로 극심한 고통을 토로했다.
경찰이 발견한 최진실의 수첩에는 "나는 외톨이, 왕따…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다" 등 그가 평소 마음속에 품어왔던 고민들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은 분에 넘치는 사랑과 환호도 주지만, 어느 순간에는 돌아서서 발없는 말의 화살도 무수히 날린다. 속칭 '찌라시'를 통해 온갖 연예계 루머가 양산되고 확산되고 있고, 스타들의 자신감은 물론이고 자존감과 인격을 파괴하는 악플들이 인터넷 세상을 부유한다.
'형도니' 정형돈이 지난 12일 오전 MBC TV '무한도전' 녹화를 하러 갔다가 불안장애가 심해져 녹화를 취소한 뒤, 곧바로 모든 방송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대한민국 모든 연예인이 출연하고 싶어하는 '무한도전'에서, 음주운전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자진해서 당분간 출연하지 않게 된 첫 연예인이다.
앞서 정형돈은 지난 2012년 9월 출연한 SBS TV '힐링캠프'에 "불안장애로 약을 복용중"이라고 고백했는데 3년째 치유가 안됐고, 인기가 올라갈 수록 그 증상이 더 심해진 것이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학교나 집안 도움 없이 이상하게 혼자 잘됐다. 이 성공이 계속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 내가 정말 미친 존재감일까 지나칠 정도로 불안해 약을 먹고 있다. 내 밑천이 드러날까봐, 내 능력 밖에 복을 탐하다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토로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현재 그는 인기 절정의 '무한도전'과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6개 프로그램의 MC를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8월 다시 출연한 '힐링캠프'에서 또다시 "사람들이 무섭다"고 토로했다.
최진실도 MBC TV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로 '줌마렐라 신드롬'을 일으킨 직후 삶을 포기했다. 학교 갈 버스비가 없을만큼 가난했던 시절을 딛고 일어나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치르며 연예계에서 버터냈던 그이지만 마음의 병은 오로지 그의 몫이었다.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 1순위가 연예인이 된 지 오래다. 연예계의 화려한 면, 스타들이 받는 스포트라이트가 부러움의 대상인 세상이다.
하지만 그들은 알까. 인기의 부침에 따른 고통과 상실감이 상상이상이고, 인기를 누린 시간과 대중의 사랑을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시간이 비례한다는 사실을. 또 매일매일 새롭게 등장하는 '뉴 페이스'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쳐야하고, 그에 실패해서 뒤로 쳐지게 될 때 감내해야하는 '잊혀짐의 쓰라림'은 살을 에이는 아픔이라는 것을.
국내에서는 일찍이 '쉬리'로 스타덤에 올랐고, 미국 드라마 '로스트'와 '미스트리스' 시리즈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김윤진도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안면마비가 오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것도 미국 ABC 방송사와의 전속계약을 앞둔 시점이었고, "완치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배우로서의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는 이를 극복해냈다.
그러나 웃음을 주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정형돈은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더이상 남을 못 웃길까봐 불안해했고 그 증상이 더 심해졌다. "남들이 나를 칼로 찌를까봐 두려웠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독설을 일삼는 김구라도, 버럭버럭 대는 이경규도 공황장애를 피하지 못했다.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은 법이다. 화려한 스타의 이면에는 이렇듯 깊은 마음의 병도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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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