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러 "믿을만한 北비핵화, 현재 활동 중단서 시작"
"北, 진실한 협상에 의지 보이길…혜택 잘 알 것"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인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는 29일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을 멈추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사일러 특사는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이 연 국제관계 포럼 '아산 플래넘 2015'의 한반도 세션 토론에서 "우리는 대화 테이블로 오기도 전에 플루토늄 한 방울 한 방울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북한 핵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에 CVID가 필요하다"며 "진정하고 믿을 만한 비핵화로의 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활동의 중단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안다"고 말했다.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 5개국은 최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일정한 조건에 사실상 합의하고 이에 대한 북측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한 이른바 '탐색적 대화'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일러 특사의 이런 발언은 미국을 비롯한 5자간에 논의되는 비핵화 협상 재개의 여건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북한의 원자로 및 원심분리기 가동, 핵프로그램 확장 등을 언급하며 "북한은 계속해서 이 중요한 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대화를 위한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말 진실한 협상이 어떤 것인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으며 북한이 이를 할 의지를 보이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사일러 특사는 아울러 "경제적 발전이 계획대로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병진정책을 통해 또 다른 힘든 여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핵무기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북한 정권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도 대안적 길로 갔을 때 어떤 혜택이 있을 수 있는지는 잘 알고 있으며 이는 많은 측면에서 2012년 2.29 합의의 중심적 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론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틀의 유용성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정말 이 경로를 밟았을 때 어떨지를 탐색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자 한다면 6자회담 틀은 최선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의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모든 한국인이 동일한 수준의 인간 존엄성과 경제적 번영, 평화를 누리길 원한다"며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수준의 삶을 북한에서도 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핵활동) 동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종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공개가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이고 이는 동결시키는 것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아울러 "북한의 핵무기 역량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북한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역량을 갖고 있는 지와는 상관없이 외부 전문가들이 그렇게 믿게 되면 북한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아주 빠른 속도로 개발하고 있다고 외부세계가 믿기 시작하면 북한은 이런 믿음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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