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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선은 무법천지…기아·폭행·인종차별에 살인까지
생존 난민들 증언 "브로커들은 인간 아니야"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우리를 이탈리아로 데려다준 그 브로커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던 아프리카 난민들이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는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참사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밀입국 알선 조직의 비인간적인 행태에 대한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난민들을 인종에 따라 탑승 위치를 나눠 피부색이 가장 검은 아프리카인은 위급상황에도 빠져나오기 힘든 갑판 아래쪽에 감금하거나 심지어 배 밖으로 던져버리기도 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살아서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들의 증언을 통해 굶주림과 폭력, 동료들의 죽음 등 그들이 배 안에서 겪은 끔찍한 공포를 전했다.
소말리아에서 온 소년 알리는 "리비아인들(밀입국 브로커)은 말이 아니라 총으로 얘기했다"며 "그들은 나이지리아인 8명을 바다에 빠뜨리고, 내 친구들도 바닷속에 밀어넣었다. 모두 죽었다"고 말했다.
400명의 난민과 함께 배에 탔던 알리는 항해 내내 창문도 없는 깜깜한 갑판 아래에 갇혀 있었다.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마실 물도 안 줬습니다. 배에는 화장실이 없었거든요. 멀미가 나거나 찬 공기를 쐬고 싶어서 갑판 위로 올라가면 총으로 쏘겠다고 했어요."
1천300파운드(209만원)를 브로커에게 주고 배에 오른 소말리아 출신 17살 소년 이브라힘의 자리 역시 갑판 아래였다.
"제가 타고 온 배에는 150명이 탔습니다. 소말리아 사람들은 맨 아래층에 타야 했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위층에 탈 수 있었죠."
반대로 지난 2월 가자지구를 탈출해 이탈리아에 온 17살의 팔레스타인 소년 유수프는 다른 중동 사람들과 함께 갑판 위층에 탔다.
"2층으로 된 배에 250명이 탔는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래층에 타게 했어요. 총을 든 브로커들은 사람들이 말을 하면 배 밖으로 던져버리거나 쏴버리겠다고 했어요. 항상 총으로 위협했습니다."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도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중동이나 아시아 이민자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다고 많은 난민들이 증언했다"며 "아프리카인들은 종종 감금돼 배가 전복되면 그대로 익사하거나 매연을 그대로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에리트레아나 소말리아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이 다른 사람들만큼 돈을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밀입국 알선자들의 인종차별 때문이기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에는 감금됐던 난민들이 배 엔진에서 나온 독성 연기를 피해 탈출했다가 브로커들에 의해 학살당한 일도 있었다.
브로커들은 칼로 난민들을 닥치는대로 찔러 배밖으로 던지며 난민들에게 선실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위협했다. 60명 가량은 칼에 찔렸고 50명 가량은 그대로 배 밖으로 던져졌으며 18명의 난민은 매연에 질식한 채 뒤엉켜 목숨을 잃었다.
이 참사에서 살아남아 구조된 사람들은 대부분 시리아인이었으며 사망자들은 대부분이 아프리카 사람들이었다. 살인 혐의로 붙잡힌 브로커 5명은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 중동 출신이었다.
며칠 전 950명의 난민을 태우고 가다 전복된 배에도 많은 사람들이 갑판 아래 갇혀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인 32살의 방글라데시 남자는 "갑판 위에 있던 사람들만 살아남았다"며 "다른 많은 사람들은 브로커들이 죄수처럼 가둬놓았고 결국 배 밑바닥에서 숨을 거둔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끊이지 않는 지중해 난민 참사의 대책 마련을 위해 23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 계획이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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