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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이발해주다 갱생의 길 걷는 '전과자 이발사'
"사형수들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져" < LAT>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 교도소 내에서 사형수들에게 이발을 해주다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갱생의 길을 걷고 있는 네바다 주의 한 전과자 이발사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9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흑인 이발사인 코넬리우스 버스(40)는 지난 2007년부터 2년간 조지아 주 교도소 내 사형수 수감동에서 사형수들을 상대로 이발을 해주는 노역을 했다.
그는 당시 절도와 폭행 등으로 수감된 전과 2범의 재소자 신분이었다. 버스는 이들 사형수를 만나기 전까지 스스로 무자비하고 흉포한 범죄자였다고 털어놓았다.
버스는 이미 17세에 아버지가 됐고, 아이들의 엄마가 화재로 숨지자 애들을 키워야 하는 '싱글 대디'로 삶의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발사로서 착실한 삶을 내던지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범죄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절도와 강도짓을 하고 갱단에 들어가면서 38구경 권총과 칼의 힘을 알게 됐다.
이후 그의 삶은 암흑 자체였다. 사람들은 그가 몰고 다니는 차 이름을 빗대 '캐딜락'이란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사형수 수감동에서 사형수들을 만나면서 버스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첫 이발 손님이었던 사형수는 '해머'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임마뉴엘 피츠제럴드 해먼드였다. 해먼드는 여성을 강간한 뒤 총으로 그녀의 얼굴의 반을 날려버린 흉악범이었다.
버스는 해먼드가 이발 의자에 앉았을 때 손이 떨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뒤에 무장한 간수가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 둘만 있었다"면서 "그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별명이 '디디'인 사형수는 버스가 고교 시절 친했던 급우의 아버지였다고 한다.
버스는 "처음에 나는 그들이 누구고, 무슨 일이 저질렀는지 몰랐다"면서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들이 언젠가는 사형을 당한다는 사실과 그 시간이 정해져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형수들과의 만남은 늘 긴장됐지만 인생의 교훈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이가 지긋한 사형수들은 그에게 '일상의 짧은 순간마다 감사하고 찰나에 감사하고 자신을 속이지 말며 신을 믿고 독서를 많이 하라'고 충고했다.
버스는 "그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교도소에 있으면서 세 번의 사형집행을 경험했다. 사형집행은 모두 저녁 7시에 진행됐다. 사형이 집행되는 저녁 교도소 분위기는 침묵으로 가득찼다.
버스는 사형 집행장으로 가던 별명이 '꼬마'인 사형수를 만났는데 그는 "당신을 알게 돼 기쁘다. 신이 항상 당신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형수는 그날 저녁 7시 이후 교도소 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버스는 2009년 출감한 뒤 라스베거스 스트립 남동쪽에 있는 한 이발소에서 동료들과 일하며 13살, 11살 난 아이들을 돌보며 착실한 생활을 하고 있다.
버스가 일하는 이발소 주인인 두안 멜빈은 "버스가 힘든 삶을 살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는 이제 어두운 과거를 씻고 착실히 사는 선량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버스는 2008년 아내 살해 혐의로 사형된 잭 앨더먼이 건넨 편지를 꺼내보였다.
이 편지에는 "캐딜락, 선량한 사람. 당신은 훌륭한 이발사였소.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오지 말기를 바라오. 이곳의 삶은 훌륭하지도 떳떳하지도 않기에…."라고 적혀있었다.
버스는 "사람들이 맹세 때문에 살고 죽기도 하지만 그것은 내가 판단할 입장이 아니다"면서 "사형수들은 단지 잘못된 길에 들어선 어린 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형이 집행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늘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첫 이발 손님이었던 임마뉴엘 피츠제럴드 해먼드의 사형집행 소식을 듣고는 "해머, 그가 갔다"면서 펑펑 울었다.


jo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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