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니스 비엔날레서 한국 단색화 알린다
이우환 정상화 김환기 등 7명 작품…"국제무대 플랫폼"
(베네치아=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한국 단색화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리고 있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소개된다.
벨기에 보고시안재단이 주최하고 국제갤러리가 주관하는 '단색화'전은 8일부터 8월15일까지 15세기 초 르네상스 양식을 따른 건축물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에서 열린다.
단색화 대표 작가로 꼽히는 박서보(84), 정상화(83), 하종현(80), 이우환(79), 작고 작가인 김환기(1913~1974), 권영우(1926~2013), 정창섭(1927~2011)의 작품 50여점이 전시된다.
베니스 비엔날레 재단의 승인을 받아 참가비 2만유로를 납부한 후 열리는 44건의 병행전시(Collateral Events) 중 하나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는 7일(현지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전시는 단색화가 국제무대로 가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베네치아에서 본격적 데뷔를 한다"고 평했다.
서구 모노크롬 양식과 한국 단색화 차이를 묻자 "모노크롬은 색채에 집중해 회화의 종말을 얘기하는데, 수용적인 단색화는 당대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한국인의 인고의 역사 같은 것들이 숨어있다"고 답했다.
이용우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참여작가인 박서보는 "단색화는 서양의 것과는 달리 행위의 무목적성, 반복성, 행위와 물성과 정신의 합일을 기본정신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하종현은 "가난하고 복잡했던 군정시대에 할 수 있는 행위를 시도했고 그것은 표현 아닌 표현이었다"며 "세계 미술사에서 회화로서 그러한 가능성이 있음을 단색화가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우환은 이번에 단색화와 함께 철과 돌, 공간을 고려한 신작 '다이얼로그(Dialogue), 관계 항' 연작을 전시한다.
야외 설치전으로 '단색화와 이우환'을 선보이는 그는 "이번 전시는 단색화가 연장 또는 확대되는 전람회로 내 전시작은 공간 위주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큰 맥락에서 단색화는 모노크롬의 일부"라며 "한국의 모노크롬은 일본의 것이나 미국 추상주의를 베낀 것이라는 둥 남의 것이라고 하는데 제발 그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에 "나도 사회적인 걸 (미술에) 끌어들일 때가 온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저항의 시대에 표현 아닌 표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민중미술가들을 거론하며 "그 사람들이 1970년대를 비판한 것이 틀리진 않았다"면서도 "난 항상 저항만 얘기하는 게 아니니 큰 흐름에서 보라"고 말했다.
이우환은 지난해 9월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1970년대 단색화 작가가 정치적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단색화는 저항의 자세였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이우환은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바닥, 벽 등에 표현했다.
젊은 미술가들이 꿈꾸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베네치아에서 전시를 여는 것은 이들에게도 남다른 일이다.
이우환은 1997년 이후 이곳에서 첫 전시이고, 해외에서 작품활동을 활발히 했던 김환기도 베네치아에서 전시한 적은 없었다.
단색화는 여러 색채가 아니라 한가지 또는 그와 비슷한 색채로 구성하는 회화 양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아트페어와 경매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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