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관람료 폐지 갈등 답없나"…속타는 속리산 상인들
관광 침체로 문 닫는 업소 수두룩…법주사 '통큰 양보' 기대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국립공원에 들어가는 데 문화재 관람료를 따로 받는 것은 문제 아닙니까"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에 사는 이모(51)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속리산을 찾았다가 매표소 직원과 승강이를 했다.
1인당 4천원의 문화재관람료를 내야만 국립공원에 들어갈 수 있다는 직원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절에는 가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돈을 내고 말았다.
속리산 등산객들의 불만과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엔 충북도가 침체한 속리산 관광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카드로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꺼내 들면서 불을 지폈다.
3일 도에 따르면 최근 법주사 측에 재정 일부를 보전해주는 조건으로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한 해 관람료 수입이 8억~9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법주사 측에 도가 보전금액으로 5억원을 제시한 것이다.
도는 관람료 폐지가 어렵다면 매표소 위치라도 법주사 입구로 옮겨 속리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문화재 관람료를 내지 않는 절충안을 냈지만, 이 역시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사찰 측이 문장대,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의 등산코스 전부를 문화재 관람료 징수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와 법주사가 팽팽한 신경을 벌이면서 속리산 상인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속리산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해 220만명이 찾는 중부권 최대 관광지였다.
그러나 오랜 침체기를 거치면서 지금은 한해 관광객이 70만명선으로 줄었다.
찾는 사람이 줄면서 음식점과 숙박업소 200여곳 가운데 10여곳은 이미 문을 닫았고, 나머지 업소도 매출이 줄어 울상이다.
우창재 속리산관광협의회 회장은 "평일에는 손님을 한 명도 받지 못하는 음식점이 부지기수"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속리산 관광산업 자체가 폐업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최근 단체 관광객들이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는 경북 상주의 화북지역을 통해 속리산을 찾는 추세"라며 "관광활성화의 걸림돌인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은군과 이 지역 상인들은 침체한 관광산업을 되살릴 반전카드로 케이블카 설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탑승장 위치를 둘러싼 충북도와 법주사와의 갈등 때문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군과 상인들이 제시한 케이블카 탑승장은 야영장 인근이다. 반면, 법주사는 사찰 부근을 고집하고 있다.
탑승장 위치를 둘러싼 갈등 이면에도 문화재 관람료 징수 문제가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보은군은 2011년 야영장~천왕봉을 잇는 케이블카 설치 기본계획을 수립해 놓고도 법주사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다.
최근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사찰 측과 2차례 접촉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속리산 관광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를 놓자는 데는 사찰과 상인 모두가 합의한 상태"라며 "지금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양보와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면 문화재 관람료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속리산 관광 프레임을 획기적으로 뜯어고치자는 게 군과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군이나 속리산 상인들 모두 은근히 법주사의 통큰 양보를 바라는 눈치였다. 국내 3대 사찰로 꼽히는 범어사가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8년 관람료를 폐지한 선례를 법주사가 떠올려달라는 얘기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