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억원 지출…보은군 WK리그 유치 '딜레마'
"무료 관중조차 감소, 손익 따져야" vs "유무형 홍보효과 쏠쏠"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은 스스로를 '스포츠의 도시'라고 부른다.
국토의 중심인 지리적 이점과 잘 정비된 경기장 시설을 앞세워 한 해 20여종의 전국 규모 스포츠 경기를 개최하고, 300여개 팀의 전지훈련 선수단을 유치하는 등 스포츠마케팅에 투자한 결과다.
그 중에도 여자축구 실업리그(WK리그)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로 손꼽힌다.
군은 2011년 한국여자축구연맹과 협약한 뒤 5년째 보은공설운동장에서 리그전을 개최하고 있다.
경기가 열리는 매주 월요일을 '여자축구 보는 날'로 정해놓고 공직사회가 앞장서 축구 붐 조성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여자축구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보은군청 안팎에서는 무작정 WK리그 유치에 나설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손익분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군에 따르면 WK리그 유치와 경기진행에 소요되는 예산은 한해 2억5천만원 가량된다.
연맹 측에 1억8천만~2억3천만원의 유치지원금(후원금)을 내고, 행사·공연비와 관객에게 나눠줄 경품 구입비로 5천만원 안팎을 쓴다.
여기에다가 지난해까지는 관객 유치를 위해 읍·면에 300만~500만원씩을 별도 지원했다.
이 때문에 보은군의회는 '밑지는 장사'라며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예산 심의 과정서는 공연비와 읍·면 지원금 5천600만원을 전액 삭감한바 있다.
보은군의회의 원갑희(50) 의원은 "WK리그에 적잖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서도 이면에서는 관중을 동원하는 소모적인 행정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무료 입장인데도 관중이 해마다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맹이 올해부터 연고제를 도입,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여는 것도 문제다.
보은공설운동장에서는 현재 연고지가 없는 부산상무가 홈 경기를 열고 있다.
원 의원은 "여러가지 문제가 도출된 만큼 손익을 냉철하게 분석해보고 지속할 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은군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홍보 효과 등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중이 줄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경기마다 700여명이 입장하고 있고, 일부 경기가 TV 등을 통해 중계되면서 지역을 알리는 효과가 적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WK리그는 그동안 우리 지역이 펼친 스포츠마케팅의 중심이었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는 스포츠산업대상도 받았고, 전지훈련 선수단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지난해 개최한 스포츠 행사 5종의 경제효과를 분석한 결과 WK리그가 초중고육상대회, 꿈나무축구키즈리그에 이어 3번째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소요예산 대비 경제효과만 따지면 WK리그는 아직도 매력적인 대회"라며 "올해는 여자 월드컵 등이 예정돼 있어 여자축구가 예전의 인기를 어느정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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