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전성시대 다시 한번" 충북도 관람료 무료화 추진
행락객 220만명→70만명 급감…문화재 관람료가 '발목'
연간 15억~16억원 법주사 보전해줘야 가능…성사 불투명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1960~1970년대 충북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속리산과 법주사였다.
외지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로 빠지지 않았고, 행락철 어른들의 단체 관광지로도 전국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유명했다.
이 시절 속리산과 법주사를 찾는 행락객은 연간 220만명에 달했다.
속리산은 물론, 보은 지역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렸고, 이들이 거치는 청주 등 인접지역도 적잖은 덕을 봤다.
주 5일 근무제가 자리를 잡고, 학교 수업도 주 5일로 단축되면서 관광산업이 발전했고 전국의 유명 관광지들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지만 속리산은 예외다. 오히려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속리산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70만명에 불과하다. 30~40년 전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관광 수요가 급감하다 보니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그 파장이 속리산 인근 상인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호구지책 마련을 호소하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충북도가 속리산과 법주사 관광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섰다.
충북도는 지난달 태스크포스(이하 기획단)를 구성, 묘안 찾기에 나섰다.
단장에 김진식 정무특별보좌관이 임명됐고, 신찬인 문화체육관광국장과 이익수 관광항공과장 등이 기획단에 참여했다.
충북도가 파악하는 속리산 관광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1인당 4천원씩 받는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다.
법주사에 들르지 않는 행락객도 매표소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한다. 속리산 등정이 목적인 등산객들로서는 황당하고 불합리한 '갑질'이다.
산세가 빼어나 속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사시사철 이어지고 있지만, 보은의 속리산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다.
속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은 경북 상주 화북코스를 택한다.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속리산의 대표적인 봉우리인 문장대를 오르는데 화북에서는 무료지만 법주사가 있는 보은에서는 4천원을 내야 가능하다.
문화재 관람료 폐지는 법주사의 결심이 중요하다. 법주사가 종단과 협의해 무료화를 결정하고 문화재청이 이를 승인하면 된다.
국내 3대 사찰로 꼽히는 범어사가 2008년부터 관람료를 폐지한 선례도 있다.
그러나 법주사로서도 선뜻 관람료를 폐지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 사찰이나 불상 등 보유하는 문화재 보수비용이 만만치 않다. 규모가 큰 사찰이라 운영비도 적지 않다.
범어사가 관람료를 폐지한 것도 부산시의 재정 보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충북도 역시 관람료 폐지에 따라 일정 규모를 보전해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보전 규모를 놓고 양측의 입장 차이가 날 수 있다.
연간 15억~16억원인 관람료 가운데 절반가량을 보전해주고, 나머지는 법주사가 부담하라는 게 충북도의 입장이다.
법주사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다. 관람료 폐지와 함께 연간 7억~8억원의 재정 수입이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민선 6기 들어 재추진되는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도 문화재 관람료 무료화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충북도와 보은군은 속리산 잔디광장을 케이블카 탑승장 위치로 꼽고 있지만, 법주사는 사찰 인근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속리산 잔디광장은 매표소 밖이어서 관람료를 징수하지 않아도 돼 탑승료 부담이 적다. 반면 사찰 인근으로 하면 관람료까지 추가해 케이블카 탑승료를 정해야 한다. 그만큼 탑승객들의 부담이 커지고, 이용객이 줄어들 수 있다.
결국 관람료 무료화에 따른 보전과 케이블카 사업이 맞물려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안춘석 법주사 종무실장은 "관람료 무료화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과 연계해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충북도는 법주사는 물론 인근 지역이 '문화재 보호구역'이어서 케이블카 탑승장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충청권 관광지의 랜드마크인 속리산과 법주사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관람료 무료화가 절실하다"며 "법주사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좋은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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