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에 빠졌던 설 연휴 영화 마을이 모처럼 활기를 띤다. 흥미로운 소재의 한국 영화와 인기 있는 외화, 따뜻한 감동을 전할 독립예술 영화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스크린에 한 상 차려진다. 
 
‘교섭’ 스틸 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교섭’·‘유령’ 나란히 출격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나선 한국 영화 두 편이 18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다. 황정민·현빈 주연의 ‘교섭’과 설경구·이하늬 주연의 ‘유령’이다.
먼저 ‘교섭’은 ‘리틀 포레스트’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을 만든 임순례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 2007년 경기도 분당의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우리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이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을 구하러 나선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황정민이 이성적인 외교관 재호를 연기했다. 현빈은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국정원 요원 대식을 맡아 황정민과 연기 합을 맞췄다. 요르단 해외 촬영을 진행해 기암절벽과 광활한 사막 등 이국적인 풍광이 영화에 담겼다. 임 감독의 전작들과 달리 서늘한 심리전과 강렬한 액션을 만날 수 있다. 현빈의 오토바이·차량 액션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유령’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다. ‘독전’을 만든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다. 항일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는 이들이 외딴곳에 갇히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앞서 일제 강점기와 독립 투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들과 달리 철저히 장르에 집중했다.
배우 설경구와 박해수, 이하늬, 박소담 등이 연기 호흡을 맞췄다. 신임 총독의 경호대장 카이토를 연기한 박해수는 상영 내내 일본어 대사를 소화하며 악랄한 연기를 펼친다. 이하늬, 박소담, 설경구의 쉴 틈 없는 액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스틸 컷. 스튜디오 그레인풀 제공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 컷. NEW 제공
■흥행·의미·감동 ‘골라보는 재미’
5주째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영화 ‘아바타: 물의 길’도 이번 설 연휴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바라보고 있어 이번 연휴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최첨단 영상 기술로 구현한 수중세계와 3D에 특화된 전투 장면, 신기한 수중 생명체 등 영화적 볼거리가 가득하다. 영화 ‘아바타’와 ‘타이타닉’으로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이번에도 메가폰을 잡았다.
1990년 인기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도 이번 설 연휴 만날 수 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당대 만화를 보며 자란 30~40대와 농구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만화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각본과 연출을 직접 맡았다. 이번 영화는 ‘넘버원 가드’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재미를 더했다.
화려한 상업 영화 사이에서 잔잔한 의미를 전할 독립예술 영화들도 설 차림상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도토리 마을 방과후’ 교사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그간 사회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돌봄 노동자들를 비추면서 이들의 열악한 현실을 꼬집는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등을 촬영한 박홍열 감독과 ‘작업의 정석’ 등을 집필한 황다은 작가가 공동 연출했다.
이외에도 일본 청춘 로맨스물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와 2차 세계 대전 당시 살아남고자 페르시아인 행세를 한 남자의 이야기인 ‘페르시아어 수업’도 설 연휴 관객을 기다린다. 조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