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 '파죽지세'…브레이크 없나(종합)
"추가 상승 여력 있지만…2,100선 앞두고 주춤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다.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세를 타던 지수는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대내외 환경이 국내 주식시장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강세장이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부담도 있는 만큼 추가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코스피·코스닥 동반 질주
코스피는 지난 8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2,050선을 넘어선 데 이어 10일 에는 2,087.76으로 마감, 작년 고점까지 돌파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1년 8월 이후 3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 2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한 코스피는 9일 하루만 보합권에서 '숨 고르기'를 하고서 다시 파죽지세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지수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코스닥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브레이크 없는 상승 행진 중이다.
어느새 지수는 680선을 뛰어넘어 700선 고지까지 탈환을 노리고 있다.
주식시장이 이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첫번째 이유는 역시 유동성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과 미국 금리 인상 시점 지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 등에 힘입어 시중에 풀려 있는 자금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005930]의 '어닝 서프라이즈'로 1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걷히면서 국내 증시의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주식시장 하루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돌파할 만큼 에너지가 충전된 상황"이라며 "잠재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이 커졌고 저금리 효과로 상승 동력이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도 주가 상승 자극
한은이 하루 전인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시장에서는 상반기 중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금통위원 1명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는 크다.
적지 않은 증권사들도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한은이 오는 5~6월 중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며, 추가 인하가 두차례 이상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노무라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6~7월에서 5월로 앞당겼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정책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연기할 경우 한은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BNP파리바도 경기가 부진해 한은이 2분기 중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추가 금리 인하와 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는 증권주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증권업종은 이날 6.01%나 급등했다.
또 원화 약세 가능성으로 현대차[005380](3.72%)와 SK하이닉스[000660](4.06%) 등 환율 민감주들도 크게 올랐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한은이 금리를 동결했지만 전날 중소형주가 하락하지 않았고 오늘 지수가 크게 오르고 있다"며 "이는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하며 시장이 힘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상승세 지속 전망…"추가 상승 여력 충분"
증권업계는 현 상황에서는 기술적인 저항이나 박스권 상단의 의미가 크지 않다며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 저평가된 상황이기 때문에 최근 상승에도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2011년 전고점 당시와 비교해 현재 경기 환경이나 투자 심리 등이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도 코스피는 2,100, 코스닥은 700선까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의 코스피 목표치도 올라가고 있다.
교보증권은 올해 코스피 상단을 2,150에서 2,250으로 최근 상향 조정했다.
김형렬 팀장은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유동성의 힘에 순응할 필요가 있다"며 "유동성 조건이 안정돼 있기 때문에 거시지표가 악화되더라도 충격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류용석 팀장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믿음이 있는 한 주가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 증시 사례에서 보듯 상승 폭에 대한 부담은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스권 상단 돌파의 걸림돌이던 펀드 환매 물량의 영향력이 미미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2009년 이후로는 40조원 이상, 연초 이후는 약 2조원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유출돼 지수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며 "오히려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면 유출된 펀드 자금이 다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단기 급등 부담…2,100선 '숨 고르기' 가능성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을 우려하는 시각들도 있다.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실적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시장은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유동성 장세로 '버블(거품)'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며 "국내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등 펀더멘털 우려가 분명히 있는 만큼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익 실현 물량과 대외 악재 등의 영향으로 조정을 거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천820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개인은 같은 규모를 순매도했다. 투신(자산운용사)이 1천478억원 매도 우위를 보여 기관 전체로는 51억원 순매수에 그쳤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과 환율 변수 등 위험 요인도 있다"며 "이대로 유동성이 폭발해 대세 상승기에 접어든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2,100선에서 숨 고르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성진 연구원은 "유동성이 풍부해 수급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고 해도 지수가 단기에 큰 폭으로 올라 숨 고르기 가능성이 있다"며 "기술적으로도 2,100선에 상당한 매물 벽이 있다"고 덧붙였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