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자영업자 대상 대출, 내달말 만기연장 종료 앞둬

금융당국 재연장 결론 못내…상환 차질 땐 ‘디폴트’ 우려, 은행권 고통분담 목소리도

3월 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재연장의 연장·종료 결정을 앞두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상대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한 금액은 총 139조4494억 원(1월 말 기준)이다. 이 중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이 129조6943억 원으로 가장 많고 기업의 분할 납부액 9조6887억 원, 이 기간 이자 664억 원도 유예됐다. 이자 유예액을 평균 대출 금리(연 3.14%)를 적용하면 원금이 1조57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5대 은행이 코로나19 상황에서 140조5067억 원에 이르는 잠재 부실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지방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NK부산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만기 연장 대출 잔액은 6조7041억 원, 원금유예 1291억 원, 이자유예는 13억 원에 달한다. 여타 지방은행까지 포함하면 150조 원이 훌쩍 넘는다.

현장에서는 개별 기업의 부실이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사회적 현상 탓에 일어난 일이므로 정부가 만기 재연장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다음 달 종료 예정인 재연장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재연장 불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상환 기간을 총 유예기간의 3배 이내(최대 5년)로 연장해 대출 잔액 균등분할 ▷유예이자 납부기간을 총 유예기간의 5배 이내(최대 5년)로 연장 ▷거치 기간 연장 등 3가지 연착륙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연착륙 프로그램에도 한계에 이른 자영업자가 많은 만큼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파산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 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자영업자) 가운데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27만2308명으로 2019년 말 12만8799명에 비해 2.1배로 늘었다.

이와 관련해 소상공인들은 금융사의 ‘성과급 잔치’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금융기관은 예대마진 등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둬 기본급의 3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챙겼기 때문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 관계자는 “만약 재연장이 종료되면 캠코가 부실채권(NPL)을 인수한 뒤 시중에 유동자산을 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금융권과 채무조정 등을 포함해 적극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정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