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워킹그룹 2년여 만에 폐지 합의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방한 중인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를 접견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가 선순환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접견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방식이 적절하다”며 우리와 긴밀한 공조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협상 진전 노력을 지속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대해 성김 대표는 남북 간 의미있는 대화·관여·협력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일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가능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북미관계 개선에 성공을 거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G7(주요 7개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돋보였고, ‘미국이 돌아온 것’을 나를 포함하여 세계 지도자들이 호평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성김 대표는 “G7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존슨 총리 등이 문 대통령을 가리키는 사진은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줬다”고 화답했다.

앞서 성김 대표는 이날 오전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이 한국과 미국 모두에 중요한 시점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우리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답변해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열린 북핵수석 협의에서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대화를 언급한 것은 우리가 곧 긍정적 반응을 얻을 것임을 보여준 것이기 바란다”고 했다. 미국이 김 총비서가 지난 17일 전원회의에서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발언을 대화의 의지로 해석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또 한미는 남북관계 관련 사항을 조율하며 여러 논란을 낳았던 협의 채널 ‘워킹그룹’을 출범 2년여 만에 폐지하는 데 합의했다. 외교부는 이날 “전날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시 기존 한미 워킹그룹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앞으로 한미는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 이외에도 국장급 협의를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그동안 워킹그룹을 대북 제재의 통로로 인식, 강한 반발을 해온 만큼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직접 담화에서 “잘못된 기대”라고 반박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 부부장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조선(북한)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아냥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