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어린이병원, 14살 자가면역질환 소녀 유전체 맞춤치료 성공

(서울) 김길원 기자 = 원인을 알 수 없던 희귀난치성 자가면역 장(腸) 질환을 앓던 14살 소녀가 첨단 유전체 검사로 원인을 찾아낸 것은 물론 맞춤 치료에도 성공했다.

3일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 따르면 김모(14) 양은 생후 3개월부터 만성 설사로 고생해오다 4세 때 결국 자신의 면역세포가 장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장질환'을 진단받았다. 이 질환은 인구 10만명당 1명 이하로 매우 드물게 발병하는 데 특별한 치료제도 없다.

김 양은 투병 기간 악성 빈혈과 자가면역 간염으로 고생해왔으며,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이 모두 감소한 범혈구감소증에 의한 감염까지 치료해야 했다. 12살 때는 위장에서 위암이 발견돼 위절제술을 받기도 했다.

이에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유전체 돌연변이 여부를 분석하기로 하고 '전체엑솜시퀀싱'(Whole-exome sequencing) 검사를 했다.

전체엑솜시퀀싱은 차세대 유전체 분석 기법으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한 번에 분석해 5천개 가까운 유전인자를 진단할 수 있다.

검사 결과 자가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 'CTLA4'(Cytotoxic T-lymphocyte antigen 4)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 돌연변이가 유전자 CTLA4의 기능을 떨어뜨려 자가면역반응을 유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김 양에게 CTLA4의 기능을 강화하는 약물(아바타셉트.abatacept)을 투여했다. 이 약물은 기존에 중증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제다.

약물 투여 후 김 양의 빈혈과 장 증상은 상당히 호전됐다. 김 양의 설사량은 67%가 줄었고, 수혈이 필요 없을 만큼 빈혈도 호전됐다. 김양은 서울대어린이병원에 입원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2월 퇴원했으며, 현재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연구팀은 추가적인 반응 검사를 통해서도 김 양의 혈액 속 면역세포 기능이 약물치료로 대폭 호전됐음을 확인했다.

문진수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번 사례는 최신 유전체 연구 기법을 활용해 특정 질환에 대한 원인 유전자를 발굴하고, 맞춤형 약물 치료까지 성공한 사례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김 양처럼 원인이 불명확한 난치성 자기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개인별 유전체 분석기법을 이용한 맞춤 치료를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어린이병원 고재성·문진수 교수(소아청소년과)와 최무림 교수(의과학과), 광주과학기술원 박성규 교수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이번 임상 결과는 면역학 분야 권위지인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회지'(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