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성호 윤보람 기자 = 지난달 이동통신 3사 가입자의 약 55%가 기기를 변경한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뒤 기기변경이 가장 대표적인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7일 단통법 시행 1년(10월 1일)을 앞두고 이동통신 시장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각종 지표들을 공개했다. 

◇ 기기변경, 대세로 자리 잡아…가입자수는 법 이전 수준 회복

우선 8월 이동전화 가입자를 유형별로 보면 기기변경의 비중이 54.9%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번호이동이 24.7%, 신규가입이 20.4%였다. 

이는 단통법 시행 전인 작년 1∼9월 기기변경의 비중이 평균 26.2%에 그치고, 번호이동 비중은 38.9%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것이다.

특히 8월의 기기변경의 비중(54.9%)은 작년 10월 단통법 시행 뒤 가장 높은 수치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거의 유형별 가입자 비중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 단언하긴 힘들지만 8월의 기기변경 비중은 사상 최고치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기기변경의 증가가 지원금에 차등을 두지 못하도록 한 단통법 효과라고 분석했다. 

또 신규가입 감소(2014년 1∼9월 26.2%→올해 8월 20.4%)는 사실상 기기변경을 하는 사람을 지원금을 더 많이 주는 신규가입자로 둔갑시키는 편법(속칭 에이징)이 사라진 결과로 보고 있다. 

가입자 수도 단통법 시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1∼9월 평균 월 가입자는 5만8천363건이었는데 단통법 시행 직후인 작년 10월에는 3만6천631건으로 급감했다가 이후 회복해 8월에는 5만9천72건으로 단통법 시행 전보다 1.2% 증가했다. 올해 1월에는 6만6천467건으로 법 시행 전보다 13.9%나 늘기도 했다. 

이통사의 시장 점유율도 소폭이지만 변화가 생겼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은 작년 10월 46.3%였던 시장 점유율이 올해 7월 45.1%로, KT[030200]는 같은 기간 26.8%에서 26.2%로 모두 낮아졌지만 LG유플러스[032640]는 19.2%에서 19.4%로 소폭 상승했다.

알뜰폰의 점유율도 이 기간 7.6%에서 9.3%로 확대됐다.

◇ 평균요금 11.6% 줄고 중저가 단말기는 확대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평균 가입요금 수준은 지난해 7∼9월 4만5천155원에서 올해 8월 3만9천932원으로 1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이는 요금대별 가입자 비중의 변화에서도 똑같이 드러난다. 작년 7∼9월과 올해 8월을 비교할 때 6만원대 이상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33.9%에서 2.9%로 급감한 반면, 4만∼5만원대 요금제 비중은 17.1%에서 44.8%로 크게 늘었다.

3만원대 이하 요금제 비중도 49.0%에서 52.3%로 소폭 증가했다.

특히 데이터 사용량 등이 늘고 있는 것에 비춰볼 때 사용량을 줄여 요금을 아끼고 있다기보다는 통신비의 거품이 걷히고 있는 것이라고 미래부는 해석했다.

단말기의 출고가 인하 효과도 나타났다.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국내 출고가를 미국 출고가(버라이즌)와 비교할 때 단통법 시행 전 출시된 갤럭시노트2·3·4의 경우 모두 국내 출고가가 더 비쌌지만 8월 나온 갤럭시노트5는 소폭이나마 국내 출고가(758.42달러)가 미국 출고가(765.60달러)보다 더 쌌다. 

미래부는 중저가 단말기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 변화로 꼽았다. 최근 국내 단말기 제조사는 성능 좋은 중저가폰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출하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50만원 이하 단말기 판매 비중은 작년 1∼9월 21.5%에서 올해 8월 34.8%로 올라섰다.

이통3사의 마케팅비는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통법 시행 전인 작년 3분기 2조417억원이었던 마케팅비는 단통법이 시행에 들어간 작년 4분기 2조1천77억원으로 상승했다가, 올해 1분기 2조465억원, 2분기 1조8천808억원으로 줄었다. 

미래부 관계자는 "마케팅비는 유통망 장려금, 소비자 지원금으로 구성된다"며 "마케팅비 감소를 지원금 감소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 '지원금 상응 요금할인' 가입자 185만명으로…영세 유통망은 타격

단통법과 함께 도입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의 가입자는 이달 6일까지 185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제도는 새로 단말기를 사면서 이동통신에 가입할 때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20%)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동통신 시장의 역동성을 보여준다고 할 해지율은 1분기 기준 1.8%로 독일(0.7%), 영국(2.2%), 프랑스(0.7%), 미국(1.6%), 일본(1.1%)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통법으로 소규모 영세 유통망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우려도 사실로 확인됐다. 작년 7∼9월 1만2천663곳이었던 이통 판매점은 올해 7월 1만1천623곳으로 약 1천곳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리점은 7천198곳에서 7천693곳으로, 이통사 직영점은 1천183곳에서 1천321곳으로 증가했다.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단통법을 시행한 뒤 1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통신 소비가 나타나고 있어 분명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며 "다만 일부에게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단통법을 지키는 게 최종목표가 아니라 단통법이 필요없는 시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개선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sisyphe@yna.co.kr,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