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쿠바 보트소년' 사건 15년후 "미국 관광하고 싶어"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과 쿠바가 적대 관계이던 시절 양국 간 외교 마찰의 희생양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은 6세 쿠바 보트소년 엘리안 곤살레스.
양국이 작년 말 외교관계 정상화를 전격적으로 선언하고 해빙무드를 탄 시기에 맞춰 20대 청년이 된 곤살레스(21)가 18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과의 독점 인터뷰에서 현재 근황과 미국에 가고 싶은 소망 등을 밝혔다.
쿠바에 거주하던 곤살레스는 1999년 11월 엄마 엘리사베스 브로톤에 이끌려 바다 건너 미국 플로리다 주로 밀입국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조난해 어머니와 일행이 익사한 뒤 망망대해에서 혼자 표류하다가 미국 어부 2명에 의해 구조됐다.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곤살레스를 쿠바로 돌려보내려 했지만, 쿠바 탈출자가 중심으로 이루는 쿠바 교민사회가 자유를 찾으려다가 생명을 잃은 어머니 브로톤을 위해서라도 곤살레스를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나서면서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
마이애미에 살던 곤살레스의 친척과 쿠바에 잔류한 그의 생부 사이에 벌어진 양육권 쟁탈전에 당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가세하면서 쿠바의 자존심을 건 문제로 일이 커졌다.
결국, 이듬해 4월 외교 문제 비화 가능성에 부담을 느낀 미국이 연방 요원을 곤살레스를 보호하던 친척의 집에 투입해 그를 끌고 나와 생부와 만나게 한 뒤 부자를 쿠바로 되돌려 보내면서 6개월 이상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곤살레스 사건은 마무리됐다.
친척의 품에 안겨 총부리를 겨눈 연방 요원을 보면서 울면서 놀라던 곤살레스의 얼굴은 냉전의 끝 자락을 상징하던 사진으로 남았다.



꼬마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곤살레스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에 사랑을 보내준 미국 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건넨다"면서 "그 사랑을 미국민에게 돌려줄 시간이 오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그는 불법이민자 신분이던 15년 전과 달리 이제는 관광객으로 미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면서 워싱턴D.C.의 박물관도 구경하고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도 보면서 미국민과 대화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곤살레스는 조난 당시를 떠올리며 "어머니는 날 살리려고 마지막까지 온 힘을 쏟았다"면서 사망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외국 언론과의 접촉을 철저히 막은 당국의 보호 속에 혁명군 장교가 되기 위한 군사학교에 다닌 것으로 알려진 곤살레스는 현재 기술 공학을 배우는 중이고 고교 동창생 여자 친구도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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