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은 '육성통치'
김정일 '측근정치' 통한 국가운영과 대비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김정일은 '사람', 김정은은 '육성'.
집권 4년차를 맞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측근정치'를 통해 국가를 운영했다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대중 앞에 직접 나서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육성통치'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이런 차이는 두 사람 모두 세습으로 권력을 이어받았지만 세습의 과정과 권력 기반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를 직접 조직하고 개회사에 이어 연설, 폐막사까지 독무대를 펼쳤다.
그는 2013년 1월 열린 노동당 제4차 세포비서대회에서도 개막사와 연설, 폐막사를 직접 육성으로 전달했다.
김정일 시절에는 이런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김정일은 공식 행사나 회의에서 항상 침묵으로 일관했고 주요 회의에서 발언을 했다고 해도 공개된 적이 없다. 행사의 개막사나 폐막사 따윈 당연히 고위간부의 몫이었다.
김정일이 대중에게 보인 공식 행사 발언은 1992년 4월 25일 군 창건 기념일 열병식에서 외친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이 있으라"가 전부다.
특히 군부 장악에서 육성통치를 중시하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쇼맨 스타일은 더욱 두드러진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군의 대규모 훈련을 직접 소집해 현지에서 훈련개시 명령은 물론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추가 지시를 하고 표창 수여도 도맡아 한다.
또 훈련에 앞서 군 지휘관들을 노동당 집무실에 직접 불러 작전에 대해 훈수도 둔다.
일례로 지난 2월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대응해 실크웜 미사일 등을 동원한 서남전선부대의 섬 타격 및 상륙연습을 지휘하고 훈련이 끝난 뒤 직접 군인들 앞에서 결과를 분석하며 문제점을 비판했다.
측근정치를 선호한 김정일 위원장은 군부대 시찰은 잦아도 참관이 전부다. 훈련 지휘를 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한 적이 없다. 그런 건 전부 군 지휘관들의 차지였다.
이같은 상반되는 통치 스타일은 권력 기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김정일 위원장은 20여년간의 후계과정을 통해 권력기반을 다졌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은 그런 과정이 생략됐을 뿐 아니라 여전히 통치세력이 허약하기 때문이라는 것.
김정일 위원장은 평양에서 초·중·고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1964년 노동당에서 말단 직책인 지도원으로 밑바닥부터 후계자 수업을 시작한 탓에 후계자가 되기 이전부터 광범위한 인맥을 갖고 있었다.
또 1974년 후계자로 공식 내정된 이후에도 부친 김일성의 사망까지 20년이라는 긴 세월 김일성의 그늘 밑에서 자신만의 측근 세력을 공고히 구축해 통치했다.
더욱이 김일성이 최고사령관으로 있는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각 분야의 2인자를 자기 사람으로 심어 1인자를 능가하는 2인자 체제를 만들었다.
측근통치로 국정을 완벽히 장악한 김정일의 입장에서는 대중 앞에서 육성정치를 선보일 이유가 없었다.
이와 달리 김정은은 2008년 김정일의 갑작스런 와병으로 2009년 1월 부랴부랴 후계자로 공식 내정됐다.
일반인과의 접촉이 단절된 그는 할아버지 뻘에 가까운 부친의 측근들 외에는 최고지도자로서 활용할 수 있는 인맥이 없었던 셈이다.
정규 교육은 10대 시절 스위스 유학이 전부다. 그외에는 북한 안에서 비밀리에 홈스쿨 형태의 교육을 받았고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과정 역시 개인교사 형태였다.
현재 김정은 체제를 이끄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핵심 실세 그룹도 전부 아버지 때 사람이다.
최고지도자에 오르기 전까지 실무 경험도 없으니 믿고 맡길 탄탄한 인맥도 없어 부친처럼 측근통치를 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김정은 입장에서는 최고지도자로서 권위와 통치력을 과시하는 육성정치의 방식으로 권력을 장악해야만 하는 길을 선택한 셈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일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권력을 이어받은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대중들과 직접 접촉을 통해 정치적 리더십을 구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당분간 이런 행보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ch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