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명 사망 난민선 '선장', 법정서 "선장 아니다" 부인(종합)
재판 개시…감금·살인 혐의 등 적용

(제네바·서울=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지중해에서 700여명이 희생된 난민선 참사의 책임을 묻는 재판이 24일(현지시간) 시작됐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시칠리아주의 카타니아 법원에서 열린 예비심리에는 선장으로 의심되는 무함마드 알리 말렉(27)이 피고인으로 출두했다.
예비심리는 판사가 기초적 사실 관계와 혐의 사실을 확인해 공판을 열지 결정하는 절차다.
튀니지인인 말렉은 지난 19일 아프리카 난민 700여명을 태우고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로 항해하다가 침몰한 선박의 총책임자로 추정되고 있다.
말렉은 불법 이민을 계획한 혐의, 난민 일부를 화물칸과 갑판 아래층에 감금한 혐의, 사고로 대다수 승선자를 숨지게 한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온라인 매체 '더 로컬'은 말렉이 배가 운항되는 동안 술을 마시고 대마초를 피웠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렉은 이날 법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자신은 선장이 아니라 수수료를 내고 탑승한 이민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법원과 검찰이 생존자들과의 대질 조사를 통해 말렉의 공소 사실을 입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예비심리에는 선원으로 추정되는 시리아 국적의 마흐무드 비크히트(25)도 출석했다.
비크히트는 말렉이 선장이라고 진술해왔으나, 자신은 선원이 아닌 난민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검찰은 비크히트에게는 살인 혐의가 아닌 불법 이민을 도운 혐의를 묻기로 했다.
검찰은 생존자 조사를 통해 지난 19일 침몰한 20ｍ짜리 어선에 유럽으로 건너가려던 난민 750여명이 탄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는 갑판 아래층에 감금된 채로 참변을 당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생존자는 겨우 28명에 불과했고 지금까지 시신도 24구밖에 수습되지 않았다.
지중해는 해마다 아프리카, 아시아 난민 수만 명이 전쟁과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건너가는 주요 통로다.
안전에 둔감할 수밖에 없는 항해는 차치하고 불법이민 알선, 인신매매 등의 범죄까지 뒤얽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rhew@yna.co.kr,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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