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지중해 비극'…올해 들어 난민 500명 사망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아프리카를 떠나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들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해상 조난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유엔은 올여름 지중해에서 새로운 '인류의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등은 유엔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이주를 시도하다 지중해에서 사망한 난민이 500여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0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에는 모두 17만 명이 지중해를 통해 밀입국을 시도해 3천400명이 사망했다.
보통 날씨가 따뜻하고 조류가 완만한 여름철에 밀입국이 급증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지난해 수준 이상의 이민자와 사망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지난 13일 리비아 해안에서 80마일 떨어진 곳에서 전복된 난민 보트를 발견해 9명의 시신을 수습하고, 144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배의 크기로 봤을 때 수백 명이 더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더타임스는 밝혔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이에 앞서 10~12일 사흘 동안 지중해에서 5천629명의 난민을 구조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1만5천 명 가량의 아프리카 난민을 구출했다.
원조단체들에 따르면 난민들은 대부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으로, 유럽 밀입국 관문으로 주로 리비아에서 머물게 된다.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리비아 내부의 혼란이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핍박도 심해지고, 이에 따라 밀입국 시도도 급증해 여름에 집중되던 밀입국이 연중 내내 일어나게 된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해군의 난민 구조작전 '마레 노스트룸'이 밀입국을 부추긴다는 일부 국가의 반대 속에 지난해 11월 중단되면서 해상 비극에 대처할 역량도 부족해진 상황이다.
국제이주기구의 플라비오 디 지아코모 대변인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추세일 것으로 보인다"며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긴급상황이며 작전상으로도 위기"라고 말했다.
유엔 최고난민위원회의 카를로타 사미 대변인은 "인류의 비극이 진행 중"이라며 "몇 척의 이탈리안 해안경비대로는 부족하다. 수천명을 구할 유럽 차원의 믿을 만한 작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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